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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술사 Jul 05. 2016

[M.M.C]17편/시리얼리스트/데이비드 고든

연재물을 쓰는 작가

Madam Mystery Cabinet No.17     

 

데이비드 고든 지음∥ 하현길 옮김

 시리얼리스트

      연재물을 쓰는 작가

       The SERIAL LIST


  주인공 해리 블로흐는 여섯 개의 필명을 가지고 이런저런 글과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이 중에 정작 본명은 하나도 없다.) 포르노 잡지에 포르노 연재 글을 싫었고 인터넷 때문에 잡지가 폐간되자 뱀파이어 소설과 에로 SF소설을 썼다. - 이 부분에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첫 번째 미덕이 드러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끼적이는 사람만이 느끼는 것들. 비루함과 조울증, 자기 비하와 기만 그리고 과대망상과 같은 고질병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글쓰기를 놓지 못하는 독자라면 격하게 공감할 포인트다. 또한 글을 쓰는 데 있어 주인공이(혹은 작가가) 터득한 바를 아낌없이 들려준다.


  주인공이 탐정이나 형사가 아니라 작가이다 보니 사건의 시작은 어느 날 불한당처럼 날아든 팬레터로 시작된다. 수신인은 해리가 포르노 잡지에 글을 연재했을 때의 필명이었다. 발신인은? 악명 높은 연쇄 살인마.


사형 선고를 받은 연쇄 살인마의 제안. 해리는 덜컥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난다. 이 부분이 두 번째 미덕이다. 익숙하지 하지 않은 주인공!

  눈치챘겠지만 해리는 미스터리 소설의 주인공답지 않다. - 미스터리 소설의 주인공은 대부분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거나(‘링컨 라임’), 겁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거나(‘마이크 해머’), 뛰어난 직감과 용기와 끈질김을 지녔거나 (‘가가 형사’ 나 ‘해리 보슈 형사’) 중의 하나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인 해리 블로흐는 어느 유형에도 끼지 않는다. 작가가 주인공이더라도 적어도 그들은 추리력이 남다르거나 머리 회전이 빠르기라도 하다. 그도 아니라면 끈질김이나 대범함이라도 갖추고 있기 마련이다. 해리는 소심하고 포기가 빠르며 우유부단하다. 단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여복이 많다는 정도.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해리에게 호감을 갖거나 적어도 우호적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는 해리의 매니저쯤 되는 ‘클레어’였다. (열다섯 살의 부잣집 여학생)      



  주인공이 작가이다 보니 작품 중간중간 해리가 쓴 작품 중 일부가 인용되는 장이 있다. - 세 번째 미덕. 미스터리 소설 말고 특징적인 장르 소설 3편을 더 읽은 느낌이다. 보너스라고 할까? 포르노 소설, 뱀파이어 소설과 에로 SF 소설. 그렇다고 소설의 주요 흐름을 방해하는 수준은 아니다. 액자 형식을 띠고 있지만 현실에 놓인 주인공의 심리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역시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속도감과 재미다.

전반부 해리와 연쇄살인범의 공동작업도 흥미로웠지만 진짜는 그다음부터였다. 해리 주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이제 FBI와 경찰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질주하고 독자는 흥분한다.      

 “연필을 뾰족하게 깎으며 대박을 기다리는 글쟁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한 가지 계율이 있다. 독자들 아니 네 자신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면, 물러나지 말고 더 화끈하게 써라.”


                                                                                                                                       - 본문 중에서 -

  

    이것은 작가가 해리의 입을 빌려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는 빛나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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