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책 번호 : KDC 한국십진분류법
종종 학교 도서관에선 교과 수업이 진행되곤 한다.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아이들의 국어 수업이 열리는 시간이다. 20여 명의 아이들이 교과서 주제에 맞는 책을 찾아 읽는다. 봄과 관련된 도서 세 권을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찾아 기록하는 식의 활동이다. 40분 동안 담임선생님이 틈틈이 주의를 주지만 도서관은 평소와 달리 들썩인다.
구석구석 책을 찾아 돌아다니는 발걸음, 사방에서 들리는 책장 넘기는 소리, 사각거리는 연필, 짝꿍과 속삭이는 대화와 장난꾸러기들의 투닥거림, 여러 명이 동시에 쏟아내는 질문들... 다양한 소리가 한데 엉켜 들려온다.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선생님은 참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겠구나 싶다. 선생님만큼은 아니지만 사서인 나도 덩달아 분주해진다.
자료 검색 책상 의자 하나에 아이들 셋이 엉덩이만 살짝 걸치고 앉아 책을 검색한다. 작은 접이식 의자인데 마법의 의자라도 되는 걸까, 아이들은 불편해하기는커녕 마냥 재밌어한다.
"859.7 린 27ㅍ"
종이에 도서 분류기호를 적어와 "이 책은 어디서 찾아요?"라고 묻는 아이와 함께 서가로 간다. "800번대는 문학 책이야. 저기 책장 위에 적힌 큰 숫자 800번을 따라서 850번을 먼저 찾아보자." 메모지를 들고 보물 찾기를 시작한다. 850번대에서 859.7을 찾고 다음은 가나다 순으로 작가 이름의 첫 글자인 린을 찾고 저자번호 27을 찾으면 거의 다 온 셈이다. 제목의 첫 글자 ㅍ을 찾았다. 빽빽하게 꽂힌 책 사이에 숨어있던 책을 찾은 아이는 환하게 기뻐한다. 한번 해보았으니 다음번엔 혼자서도 잘할 테다.
처음엔 분류기호가 복잡하게만 느껴졌는데, 학기마다 신간을 정리하고 서가를 지키다 보니 조금씩 익숙한 언어가 되었다. 아이들은 나보다 훨씬 빠르게 이 규칙을 익히는 듯하다. 한 번 함께 찾고 나면 그 뒤론 곧잘 스스로 길을 찾는다.
암호 같은 분류 기호를 적어 오는 아이들과 몇 차례 서가를 오가는 사이 40분은 금세 지나간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교실로 돌아가면 대출 책상과 북트럭은 가득 차 있다. 여기저기 흐트러진 의자와 메모지, 연필들. 20여 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조용하지만 바쁜 사서의 시간이 찾아온다. 의자를 정리하고 이면지를 잘라 새 메모지를 만들고, 연필을 깎아 나란히 놓는다. 아이들이 남기고 간 쪽지가 귀여워 사진에 담아본다. 이 메모지들이야말로 진짜 보물지도가 아닐까. 재미있는 이야기와 궁금한 세상이 담긴 곳을 알려주는 지도 말이다.
정성껏 적은 이 암호들을 내년부터는 더 볼 수 없으리라 생각하니 아쉽다. 오늘이, 이 메모지들이 귀하다. 남쪽 창으로 봄볕이 들어오는 도서관. 애틋한 마음은 창가에 가만 내려두기로 한다.
_ 학교 안 도서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