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수다쟁이 쌤

by 작고따뜻한일상

학교 도서관에서 가장 바쁜 시간은 ‘문 여는 시간‘이다.


학기 중엔 8시 30분에 문을 열지만 그전부터 복도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학생들이 많다. 도서관 입구는 건물 북쪽 끝이라 볕이 잘 들지 않는다. 아이들이 기다릴까 싶어 걸음이 빨라진다.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고, 묵직한 유리문을 힘껏 연다. 남쪽 창 블라인드부터 올린다. 공기청정기와 대출용 컴퓨터, 책 소독기 전원을 켜고 책상 앞에 서면 아이들이 차곡차곡 놓아둔 반납 도서가 나를 맞이한다.


한 권씩 리더기로 도서 바코드를 찍으며 모니터에 뜨는 이름을 부른다.

“민주야, 세 권 반납 됐어.”

“서윤이는 푸바오 좋아하는구나.”

“지유야, 오래 기다렸지? 반납 완료야.”

“승재는 오늘도 초한지 빌리네.”

“우리 학교 축구 책은 건우가 제일 많이 보는 것 같아.”

손과 입을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9시.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아이들이 후다닥 교실로 달려 나가면 도서관은 거짓말처럼 고요해진다.


하- 구세주 같은 종소리다. 대출 책상 의자에 앉아 한숨 돌리며 차 주전자 버튼부터 누른다. 무더기로 쌓인 책 탑은 12시 전까지는 정리될 테니 서두르지 않기로 한다.


학기 중엔 한 달에 세 번, 방학엔 일주일에 한 번 학교 도서관에 온다. 얼굴을 익힌 아이들은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오늘 쌤 오는 날이었어요?" 하며 읽은 책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급식 메뉴에 대해 평하고 엉뚱하게 같이 온 친구의 행방을 묻기도 한다. "쌤 쉬는 시간 끝나기 3분 전에 말해주세요"라고 당부하는 개구쟁이도 있다. 나를 알아봐 주고 말을 걸어주는 친구들이 있어 좋다.

(이번 주의 북트럭_ 사학년 학급 반납도서 국어사전)

나의 초등 시절은 성적순으로 자리가 정해지고, 시험 점수가 떨어지면 뺨을 때리는 체벌도 당연시되던 때였다. 내향적이었던 나는 담임 선생님이 무서워 숙제와 준비물을 빠뜨리지 않았고, 친구들과 부딪히기보다는 피했다. 반장 대신 부반장만 내내 했고, 한 반에 40명이 넘던 교실에서 손이 가지 않는 학생이었다. 반장이 결석해야 이름 한 번 불리던 아이였다.


요즘 한 반 학생수는 많아야 스무 명 안팎이다. 예전 보단 담임 선생님의 관심을 듬뿍 받을 테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책만 두고 나가려다가도, "건우야, 축구 책 반납됐어" 하고 이름을 부르면 멈춰 서서 뒤 돌아본다. "네! 안녕히 계세요!" 큰소리로 대답하고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면 아이의 등이 웃고 있는 것 같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다정하게 이름 불리던 추억이 아이들에게 남기를 바란다. 더불어 나를 기억해 주길 바라는 사심을 꾹꾹 눌러 담아, 오늘도 부지런히 이름을 부른다.


얘들아, 우리 학교 도서관 수다쟁이 쌤 누군지... 알지?


_ 학교 안 도서관에서


*학생 이름은 가명입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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