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재미양 Oct 24. 2021

어떤 거리두기

커피숍에서 아이가 운다.

우는 아이 말고도 자리는 많이 소란스럽다.

미팅을 하는 사람들.

과제를 하는 사람들.

친구를 만나는 사람들.


하이체어에 앉은 아이는 무엇이 불편한지

졸린지 배가 고픈지 조금씩 놀다가 엄마를 보챈다.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엄마는 그럴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려다가도 잔을 내려놓고,

케이크를 베어 먹으려고 포크를 들다가도 일어나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다.

걷기에 재미를 붙인 아이의 손을 잡고 걸리기도 하고,

안고 얼르기도 하고,

케이크를 입에 떠먹인다.

조금이라도 느리게 흐르는 어른의 시간과

빠르게 흐르는 아이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분주하다.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는지 아이가 앙- 하고 큰 소리를 낸다.


아이 엄마의 무표정한 시선이 한순간 커피숍을 훑는다.


행여나 누군가의 작업을 방해했을까 봐.

누군가의 만남을 훼방 놓았을까 봐.

행여나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들의 대화를 끼어들었을까 봐.


 역시 무심결에 울음소리에 고개를 향하다 서둘러 시선을 거둔다.

내 시선이 그런 엄마에게 어떤 질책으로 느껴졌을까 봐

못 들은 척 일을 한다.


아이 엄마는 결국 아이를 안고 나갈 채비를 한다.

채 식지 않은 따뜻한 커피잔과 먹다 만 케이크를 주섬주섬 쟁반에 올린다.

나갈 때까지 아이는 조금씩 운다.


몇 발짝 떨어지지 않은 아이와 내 작업대의 거리.

하마터면 일어나 아이를 안아 들뻔했다.

하지만 눈앞에 놓인 작업물과 우는 아이 사이에는 많은 사건이 존재한다.

그 간격을 메워줄 수 없기에 자리를 지킨다.

그 간격 사이에 아이 엄마도, 아이도 무럭무럭 클 것을 믿기에

등 뒤로 말없는 응원을 보낸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고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