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텔레비전에서 <골목식당>을 보고 팥죽이 먹고 싶더랬다.
엄마가 해주는 것만 먹어봤지 사 먹어 본 적이 없다. 마침 몇 달 전
집 앞에 팥죽집이 생겼다. 운동 가기 전에 먹으려고 다섯 시쯤 가서
포장 주문을 했다. 주인아주머니는 너무 바빴다고 성질을 내시며
시간 있으면 자기 밥 먹을 동안 기다리고 안되면 그냥 가라고 했다.
당황스러운 응대에 어이가 없어서 어, 하는 사이에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그래서 나의 팥죽은 엉겁결에 조리되기 시작했다. 팥죽을 받기까지
아주머니의 성질은 계속됐고 눈치 보며 기다리는 내가 너무 등신
같았다. 이제와 그냥 간다고 하면 아주머니가 팥죽을 젓던 주걱으로
흥부 뺨치듯 나를 칠 것 같은 험악한 분위기였다. 집에 와서 팥죽을
덜어먹으며 나는 왜 이다지도 못나게 사는 건지 한심했다. 어릴 땐
어려서 그런다고 하지 볼혹을 지나 지천명을 향해가는데 이게 다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