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화요일 점심

by 이주희



분식집에서 점심을 먹으며 어제의 일기를 반추해본다.
노동력과 시간 대비 요리만큼 보람 없는 일도 없다고 했는데
번복해야 할 것 같다. 일단 내가 하는 작업만 하더라도
단행본 한 권의 그림은 보통 두세 달, 글그림책은 일 년 정도 작업한다.
물론 이 기간 내내 매일 그것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 일정으로
진행한다. 오랜 시간 작업한 것도 책으로 나와서 읽을 때는 서너 시간이면 된다.
그림책은 5분이면 다 본다. 그럼에도 왜 유독 요리가 보람 없게 느껴질까?
아마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작업은 책으로 남아 언제든 그 수고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음식은 이미 먹고 없다. 사실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림이 책이 됐듯이 음식은 피와 살이 되고 작업을 할 수 있는 노동력 또한
음식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완전했던 김밥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며
이런 생각을 한 오늘의 점심시간이었다. 덕분에 참치김밥 시켰는데 일반 김밥으로
나온 것도 모르고 먹어버렸네. 다 먹고 천 원 환불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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