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수작업을 거의 안 하고 있지만 커다란 종이는 잔뜩 갖고 있다.
언젠가 쓸지도 모르고 명색이 그림쟁이에게 쓰든 안 쓰든 종이와
물감을 버리는 것은 차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이 큰 종이를
둘 곳이 늘 곤란하다. 해서 이번 이사에 책상도 바꿔야 하니 큰 마음을
먹고 아예 책상을 제작했다. 2절지 종이를 넣을 수 있는 서랍이 달린
책상이다. 두 달 전에 주문을 해서 내일 드디어 새 집에서 받기로 했다.
잔뜩 기대하고 있는데 정말 화가 난다. 차질이 생겼으니 기한을 미뤄달라는
연락이 왔다. 전날 이러는 거는 너무 한 거 아닌가? 먹던 샌드위치가 턱 하니
목구멍에 걸려 여태 안 넘어간다. 이번 이사를 하면서 인간 불신지옥을
체험하는 것 같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