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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Sep 04. 2018

나오니까 좋다

- 김중석 그림책

몇 년 동안 나온다 곧 나온다 소문이 무성했고,

이 사람 저 사람 감질나게 기다리게 했던 김중석 작가의 그림책 <나오니까 좋다>가 드디어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집에 걸려 있던 고릴라 그림을 데리고 나와 사진을 찍었다.

고릴라가 말했다.

"나오니까 좋구나!" 


이 고릴라 그림은 2016년, 김중석 작가의 홍대 전시회에 들렀다가 데려온 작품이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 모두가 어찌나 발랄하고 어여쁘던지,

지금도 행복하게 그림을 보던 사람들의 표정이 생생하다.

두 개 작품이 세트였는데, 욕심은 났지만 다 살 수가 없어서 한 녀석만 데려왔다.


한동안 눈만 뜨면 보이는 침대 맡에 두었다가 지금은 서재로 옮겨 놓았다.

아기 때부터 본 그림이라 그런지, <나오니까 좋다> 그림책을 자두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고슴도치랑 고릴라가 티격태격하는 것도 재미있고,

호기롭게 나가자고 해 놓고 길도 제대로 못 찾는데다,

음식 준비도 부실한 고릴라 캐릭터가 친근하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 다 하겠다더니, 저만 믿으라더니,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자꾸만 고슴도치를 귀찮게 하는 고릴라의 모습에 작가 얼굴이 겹친다.



김중석 작가는 실제로 캠핑을 아주 좋아한다.

아이들이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많이도 다닌 모양이었다.

 "아빠 어디가?" 같은 텔레비전이 생겨나기 훨씬 오래 전,

여행 잡지에서 캠핑 가족으로 인터뷰를 요청할 정도였다.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를 진행하는 동안, 자꾸만 캠핑을 가자고 하는 작가와 귀찮아하는 식구들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는데, 이렇게 귀여운 그림책으로 태어난 것을 보니 참 좋다!   




















캠핑 다니는 것에 한창 빠져 있을 때가 있었다. 매일 캠핑 동호회 카페에 들락거리며 정보들을 얻고 중고 장터를 다니며 어떤 텐트들이 나왔는지 구경하며 하루를 보냈다. 캠핑을 좋아하는 후배와 만나서 캠핑이야기를 하면 너무 좋았다. 서로 좋아하는 텐트이야기며 캠핑장 정보를 나누다 보면 마음은 벌써 캠핑장에 가 있었다. 후배와 새로 산 텐트를 사서 쳐 보면서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캠핑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이걸로 돈 벌 방법은 없을까?”

“그런 건 없어요. 우리 그냥 캠핑이나 다녀요.”

맞다. 그냥 재미로 다녀야지. 가끔 취미가 직업이 된 사람들도 보인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가 직업이 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는 참 운이 좋은 경우다.

                                                              -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26쪽, 김중석, 웃는돌고래



좋아하는 캠핑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게 되었으니 작가는 정말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닐까?  


아이들의 시간과 부모의 시간, 서로의 관심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다닐 수 없는 것이 캠핑인 것 같다.  

챙겨야 할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엄두가 안 나서 우리 가족은 카라반을 빌려 하룻밤 자 보고, 어린이집 아빠들이랑 가는 캠핑에 의자 두 개만 들고 따라갔다 온 게 전부다. 물론 아이는 좋아라 했다. 

그러나 막상 캠핑을 다니자고 들면 텐트에 침낭에 테이블에 사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고, 불편한 잠자리에 씻는 거며, 먹는 거며, 아이고, 생각하면 <나오니까 좋다>의 고슴도치처럼 불평할 게 잔뜩이다.

그러나 그런 맛으로 또 나가게 되는 것이 캠핑인 것 같기는 하다.    

집에서는 뛰지 마, 얼른 자, 빨리 씻어, 잔소리 세례를 받던 아이들도 밖에 나오면 많이 너그럽고 여유로워진 엄마아빠의 마음에 쉽게 전염된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아이랑 소꿉놀이라도 챙겨 동네 공원에 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 자두는 집앞 공원에서 비타민 한 알 얻어먹고 한참 앉았다 들어오는 것도 충분히 좋아하더라.

마음에 쉼표 하나 제대로 찍는 그림책,

그림 속에서 쯧쯧 쯔쯔쯧 풀벌레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드는 <나오니까 좋다>, 참 좋다! ^^ 



* 덧붙이는 글

<나오니까 좋다>를 볼 때 김중석 작가 자신을 그린 그림을 꼭 찾아보시길 바란다.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분이라, 아는 분들은 금방 찾겠지만 실물을 보지 못한 이들도 있으실 테니까. 그림을 첨부하면 스포일러가 될 걸 알면서도 살포시 붙여 보는 것은, 책을 보다 이 장면을 발견하게 되면 무척이나 반가울 것이고 그러면 이 책이 더 좋아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



* 김중석 작가님과 함께한 웃는돌고래 책들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6399063


<이 그림을 왜 그렸는지 알아?>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5977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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