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유튜브 알고리즘의 67%는 러닝이다. 러닝이나 마라톤 관련 영상을 찾아봤던 적도 있고, "한 달 동안 nKM미터를 달렸더니?" 같은 제목에 이끌려 쇼츠를 클릭한 탓도 있을 것이다. 이런 흐름과 함께 내 유튜브와 릴스 알고리즘에 갑자기 등장한 사람이 있다. 심진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다. 엘리트 선수는 아니고 마스터즈 선수인데, 혜성처럼 등장해서 대회를 휩쓸고 있나 보다. 최근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는지 쇼츠에 엄청 뜨고 있다. (고백하자면, 엘리트와 마스터즈라는 용어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친분은 당연히 없으나 유튜브 등에서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선수 생활을 하거나 훈련을 별도로 받은 적은 없고 현재는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훈련하고 있다. 여러 마라톤에 참가해서 상위권을 계속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명해진 것 같다. 말투가 살짝 어눌하고 허둥지둥하는 모습, 출퇴근길에 작업화를 신고 달리는 등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성적을 내는 사람...방송국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유튜브의 느낌도 약간 인간극장스럽다. 희~ 하고 웃는 표정을 자주 지으시는데, 표정이 없을 때는 눈매가 유순한 느낌은 아니고 되려 날카롭기도 하다. 대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초반에 오버페이스 하지 말라고 하면서 혼자 엄청나게 달려가는 모습에서 이중성을 느낀다는 밈도 있고, 달리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마냥 순박한 이미지가 아니라 진지하고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이게 진짜 프로인가...? 뭐 그런 느낌도 들고.
유튜브를 보고 인스타에 들어갔더니 이 귀신같은 인스타… 나에게 가수 션이 카카오페이와 함께 개최하는 마라톤 광고를 보여준다. 사실 이 광고를 처음 본 것은 아니다. 두어 번은 릴스를 넘기다가 봤던 것 같고, 오늘 아침에는 인스타 친구 중 한 분이 신청했다는 스토리를 봤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어쩌겠나. 심진석님의 유튜브를 보며 나의 심장이 이미 뛰어버린 것을... 클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대회는 두 가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다. 온라인으로는 카카오 만보기를 통해 걸은 횟수만큼 기부하는 프로그램과 오프라인으로는 미사 조정 경기장에서 10KM 달리기를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핸드폰이 오래 되어서 만보기를 하면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기도 하고 매번 켜두는 것을 까먹기도 하는 탓에 온라인 프로그램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대회를 신청하기 전에 대회까지 D-21, 나 지금 10KM 뛸 수 있나? 확신이 들지 않아 고심했다.
지금 나의 상태에 대해 말하자면, 11월 2일에 처음 5KM를 달렸다고 글을 썼고, 이 글을 쓰는 시점은 11월 15일이다. 약 2주가 지났고, 그 사이에 11월 5일 4.29KM, 11월 8일 4.19KM, 11월 12일 4.46KM로 3회 정도 달렸다. 처음 5KM를 달린 후 다시 5KM를 언제 뛸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늘 "무리하지 말자, 이제 3.5KM만 딱 뛰자" 하고 시작한다. 속도를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좀 더 길게 뛰는 것(사실 이것도 10KM가 최대 목표치)에 관심이 있어서, 속도를 줄이는 대신 거리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뛰기 시작하고 3.2~3.4KM 정도를 뛰면 27분 정도가 지나 있다. 그러면 또 "자주 뛰는 것도 아닌데 한 번 운동할 때 30분은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30분을 기어이 채우게 된다. 그러면 4KM가 얼마 안 남아서 "조금만 더 뛰자" 하면서 얼레벌레 4KM를 뛰게 된다. 나의 도파민과 "그래도 이제 5KM를 뛴 사람인데 3KM는 조금 자존심 상하지?" 하는 생각이 4KM까지는 어떻게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8분 30초 페이스로 뛰는데도 심박수가 180을 계속 찍어서 내 심장에 문제가 있는 건가 생각했는데, 여기에도 조금 변화가 생겼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의 목푠느 걷고 뛰면서 2KM를 채누는 것이었는데, 몇백 미터만 뛰어도 심장이 180을 찍었고 "도대체 존2는 어떻게 하는 건지? 그냥 걸어도 100은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속도를 더 늦추는 것도 쉽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그렇게 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한 가지는 내가 극초반에 7분 30초~8분 페이스로 달리기 시작한다는 점이었다. 심폐지구력이 평균 이하인 내 기준에서 심장이 그 정도로 뛰는 게 이상하지 않으며, 여기서 오버페이스가 되어 더 못 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8분 30초를 지키면서 1KM는 달리자는 마음을 먹었고, 이 페이스로는 이제 1~2KM 정도는 안 걷고 뛸 수 있고 심박수도 160 정도를 유지하게 되었다.
현재 나의 마의 구간은 4KM다. 4KM가 다가오면 다시 심박수가 180을 찍는다. 그리고 동시에 왼쪽 갈비뼈 쪽의 통증이 심해진다. 처음 고통을 느낀 날은 단백질 음료를 먹고 2시간 정도 후에 달렸는데, 액체가 위에 남아 있어 아픈가 싶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 때도 고통이 느껴졌다. 수많은 온라인 달리기 선생님들의 조언을 탐구한 결과, 횡격막을 의심하고 있다. 횡격막 주변의 근육이 잘 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잘못된 자세와 호흡법으로 달리면 이산화탄소 등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아플 수 있다고 한다. 늘 숨이 너무 가쁘거나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운동 전에 횡격막을 펴주는 운동을 해주고, 뛸 때 등이 굽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때로는 짧고 길게, 코와 입을 번갈아 혹은 때로 함께 사용하며 편안한 호흡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동안 푸시업을 하다가 놓았는데 등을 펴는데 효과가 있다고 하니 다시 시작해야겠다.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해도, 중간중간 심장이 너무 뛰거나 배 쪽이 아파오면 잠깐 걷다가 뛰면서, 8분 30초 수준에서 5KM는 어떻게든 달려볼 수 있는 상태가 된 것 같다. 더 정확히는 5KM를 그렇게 뛰어도 녹다운이 되어서 그냥 다 던져버리고 싶은 정도까지는 아니고, "아 힘들다~ 좀 눕고 싶다" 정도로는 되었달까. 대충 10KM가 몇 보 정도 되는지 찾아보니 1만 7천에서 1만 8천 보 사이라고 한다. 여행 가면 숨 쉬듯이 2만 보를 걷고, 텐션이 너무 폭발하면 3만 보도 걷는 편이라 10KM를 걷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10KM를 풀로 달리기만 하는 건 어려운 상태인 게 맞지만, 걷고 달리고 하면서 완주 자체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고 용감하게 대회를 신청했다.
컷오프 타임이었다! 어디선가 마라톤이라고 부르려면 하프는 뛰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봤던지라, 10KM 대회라고 부르긴 했지만 대회라고 쓰고 축제라고 읽었다. 그런데 대회를 신청하고 난 후에 FAQ를 읽어 보니 컷오프 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탈락이란다! 대회를 신청할 때 예상 기록에 따라 조를 나누기에, 가장 기록이 느린 70분 ~ 90분조를 선택했는데 그게 90분 이내에 들어와야 한다는 의미인건 몰랐지. 달리기 대회에 처음 출전하는 사람들에게 "기록이 아니라 완주를 목표로 하라"는 것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에 들어가도록 노력하라는 게 아니라, 컷오프 안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하라는 의미였던 건가? 유투브를 보면서 컷오프, 컷오프 들어는 봤지만 마라톤 대회에 나갈 생각을 안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고 10KM 대회니까 컷오프가 있을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10KM에 90분이면 최소 평균 9분 페이스는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지금 내 기준으로 일단 5KM는 8분 30초 페이스는 가능하지만, 10KM가 되면 물음표가 가득해진다. 유튜브에서 온갖 마라톤 초보들의 10KM 도전기를 찾아봤다. 다들 "뛰어본 적 없어요, 초보예요" 하시지만 기록이 아무리 늦어도 7분대다. 8분대는 러너로도 안 치는 건가? 문득 궁금해져서 러너의 기준으로 검색해 보니 7분대로 뛰는 사람은 조거, 5분대로 뛰어야만 러너라는 이름을 쓸 수 있다는 기사가 나온다. 엇, 러너는 커녕 조거도 아니네... 나 같은 사람들은 달리면서 달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체력이기 때문에 영상을 찍을 생각 조차 하지 못하고 그래서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 건가. 아니면 “그게 러닝이에요?”하는 조롱을 받을까봐 꼭꼭 숨어있는 걸까. 내가 8분대를 뛰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을까? 아니면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퇴근하지 못하게 만들어 민폐가 될까? 역시 너무 성급했던 것일까? 뭐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무리다.
하지만 등록을 취소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대신 목표를 바꾸기로 했다. 일단 무엇보다 준비 기간과 대회 날 다치지 말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인 꾸준함은 없지만 도파민이 터지면 단기적인 몰입(매몰 수준)에 빠져 몸을 해칠 때도 많아서 이번만은 그런일이 없길 계속 마음에 되뇌였다. 장거리 달리기를 단거리의 마음으로 준비하는 어리석음은 경험하지 말자. 10KM를 달리다가 만약 정말 너무 힘들면 중도 포기해도 된다. 대회에서 인정한 완주자에게만 메달이 발급되고 추가 기념품을 주는데, 그것을 못받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 배가 아팠다. 같은 돈 내고 나만 상품을 못받을 수는 없지! 내가 너무 어리석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모습이 나인 것을 인정해야지 어쩌겠나. 이럴 때는 더 큰 지출을 상상해야한다. 현실적으로 마라톤 완주 기념품보다 병원비가 더 많이 나갈 수도 있다. 게다가 12월 말에 (약간 무리해서) 장기 여행을 가는데 이 여행에 피해 주고 싶지 않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되 다칠 정도로는 무리하지 말지어다.
대회라는 마일스톤이 생겼으니 게으름 피우지 말고 달리기 실력을 늘릴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 겨울에는 실외 러닝은 아마 하지 않을 것 같아서, 10KM 대회를 끝내고는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을 타거나 달리기가 아닌 다른 운동으로 갈아탈 것 같다. 어쩌면 12월의 이 대회가 나의 올해 달리기를 마무리하는 방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내년에 또 달리기 위해 너무 달리기에 질려버리지 않게 해야겠다는 마음, 계속 달리기를 하고 싶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모두 있다.
대회 참여해서 현장 분위기를 느끼며 달리기의 즐거움을 느끼면 좋겠다. 컷오프와 상관없이 10KM를 달려보고 ‘10KM를 달렸다!' 글을 쓰는 나를 상상하면 짜릿하다. 12월 6일의 나 어떤 상태일까? 너 지금 완주는 했니? 3주간의 훈련과 현장의 분위기에 휩쓸려 어쩌면 컷오프 내 완주해버렸지 뭐야! 하고 외치는 건 아니니. 어디 다친 데는 없니? (이와 중에 다친 것보다 완주가 더 먼저 나오는 나...) 여전히 달리기가 재밌니? (3주 만에 바뀌는 것도 좀 문제일까?) 12월 7일의 나, 어떤 글을 쓰고 있을까? 따뜻한 코타츠에 안겨 귤 까먹으면서 덤덤한 글을 쓰고 있기를. 그것이 마라톤 완주 성공담이든 실패담이든 무엇이든 좋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