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긁으면 긁히는 사람

연약하고 흔들리는

by 한걸음

누군가 비아냥거리거나 무시하는 말을 할 때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상처받는다.


네까짓게 뭘 안다고 까불어?

대학이나 다니는 애가 이런 것도 몰라?

너도 별 볼 일 없구나.


상대가 어떤 말을 했든 내가 아니면 그만인 건데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이 한 말을 곱씹고 있다. 나는 이런 말에 왜 이다지도 취약할까?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는 건가? 다른 사람 말에 왜 휘둘리지?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면 일단 말로 나를 공격하고 싶은 거고 내가 상처받았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데 더 중요한 건 나를 무시하는 말을 함으로써 본인이 우위에 선다고 생각하는 거다. 내가 너보다는 잘 낫지, 네가 아무리 그래봐야 넌 나만 못해라는 마음. 자격지심이 나에게 무시로 투사되는 것이다. 사실은 자기 문제인데 내가 문제인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또 이렇게 긁히고 만다.


상대가 어떤 말을 했냐 보다 오늘은 흔들리는 내 모습을 지켜봤다. 아직도 약하고 쉽사리 허우적대는 나. 단단하고 강해지는 길은 이다지도 어려운 건지.


양희은 선생님이 하신 말처럼 “그러라 그래!”하고 털어버리면 될 것을. 상대가 쏜 화살에 맞아서 ”내가 정말 못났나, 난 정말 별로인 건가. “ 생각하며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비틀 흔들흔들했다.


아이씨 “그러라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기가 나보다 더 잘 낫다고 느끼라고 해!”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6화질문 너머, 경계를 허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