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글을 쓴다. 나른한 일상에서 예상치 못하게 유쾌했던 짧은 대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본 클래식 공연, 오래도록 묵혀 놓아 비릿하게 썩어가는 답답한 마음까지 소재는 모두 일상이다. 백지 위에 탁탁탁 글을 써내려가다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이라도 된 양 마음이 들뜨고 설렌다. 한 단락을 쓴다고 하면 20분 정도는 글을 쓰고 40분 정도 퇴고하는 시간을 갖는다. 표현은 마음에 들지만 걷어 내야 할 문장은 없는지, 교통사고처럼 불쑥 끼어들어간 내용은 없는지, 이보다 다른 단어가 좀 더 어울릴지 문장을 늘어 놓고 숨바꼭질을 한다.
일단 완성이 되고 나면 거울을 처음 본 사람마냥 나는 또 그 글을 오래도록 들여다 본다. 이 피조물이 새로운 개체로 생명력을 부여 받아 나에게 다시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내가 손 끝으로 연주하는 음악이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를 주듯, 내가 쓴 글이 부드럽게 등을 토닥인다. 괜찮냐고 묻고는 대답을 못하고 주저하는 나에게 “이것 봐, 멋지잖아!” 하며 날개를 활짝 펴 보인다. 그러면 나는 어디로도 가지 못한 채 숨 쉬는 글을 부둥켜 안고 그 자리에서 한참을 서성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