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불안

by 박다나

살아 숨을 쉬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불안이 존재할 것이다.

누구나 알법한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굳이 하나하나 소개하지는 않겠다.


내가 짧게 소개할 이들은 내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첫 번째는, 내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아버지이다.


아버지는 내가 심리상담센터와 정신의학과에서 검사를 통해 그런 진단을 받았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아 하셨다. 몇 달을 숨기다 겨우 말했지만 아버지는 그 약이 무슨 약인지는 알고 먹냐면서 역정을 내셨다. 네가 이겨내려고 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세상에 안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이다.


아직까지 아버지의 말은 상처로 남아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살아온 시대가 정신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그저 이해하고 그러려니 넘기고 있다.


그런 아버지는 처음 얘기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병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이 병이 생기게 된 그때의 기억들까지 아버지는 꺼내지 않으신다.


그런 아버지는 한 사건을 계기로 '건강'을 자주 언급하신다.


한 마을에서 나고 자라 지금까지 살고 있는 아버지와 몇십 년을 함께 얼굴을 보고, 같은 종교를 다녔던 동네 사람이있다.

그 동네 사람의 형과 가장 친한 친구 사이인 아버지는 당연히 그 동네 사람과도 친했다.

집안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다 알고 있는, 그런 사이셨다.


어느 날 그 동네 사람의 딸 중 한 명이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장례식장에 다녀온 아버지는 그 후로 늘 말씀하신다.


"건강이 최고야."

"건강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


그 사건이 아마 아버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그 사건 전에는 건강을 언급하는 아버지가 아니었다. 자주 아파 학교를 조퇴하던 딸에게 그것도 못 참느냐는 이야기를 하셨던 분이었으니까.


아마, 아버지는 불안할 것이다.

동네 사람의 딸이 얼마나 힘든 인생을 살았는지, 얼마나 우울한 인생을 살았는지 알고 계셨으니까.


그런 병들을 진단받은 자신의 딸이 죽지는 않을지 말이다.

아버지는 그 후로 전화를 한 번에 바로 받지 않으면 늘 몇 통을 더 거신다. 그리고, 마침내 받고 나면 화를 내신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잖아. 왜 전화를 안 받아?"


아버지는 전화를 받는 딸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낮게 깔린다면 불안해하신다. 딸이 할 말이 있다며 운을 띄우면 불안해하신다.

아버지의 많은 불안 중 하나는 딸 걱정이다.


두 번째로 소개할 사람은, 정신건강 분야를 전문직으로 다루고 있는 교수님이다.


정신건강 분야를 직업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학교 교수님에게도 불안은 존재한다.

실제로 교수님은 이러한 말들을 꺼내신다.


"이쪽을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이라면 먼저 나 자신을 제일 잘 알아야 해. 클라이언트(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 역전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교수님은 스스럼없이 말씀하신다.


"나는 불안이 매우 높은 사람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짚고 넘어가야 해. 아니면 이 학생이 이걸 잘못 이해하면 어쩌지, 내 강의 방식에 오해가 생기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있어. 그러니 이렇게 하나하나 다 설명을 하는 거야."


정신 건강을 전문적으로 배워, 직업으로 삼고 있는 교수님에게도 불안은 있었다.


마지막은, 치매를 앓고 있는 93세의 친할머니이다.


친할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온 건 5~6년 전이다. 수월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던 할머니는 치매가 찾아오기 몇 년 전, 바닥에 있던 물기에 미끄러져 넘어지시고는 건강하던 한쪽 다리에 부상을 입으셨다.

그 후로 할머니의 건강상태는 점점 악화되었고 결국 치매까지 찾아왔다.


할머니는 치매를 앓기 전에도 친한 동네 사람들이 요양병원(또는 요양원)을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릴 때면 늘 말씀하셨다.


"나는 절대 요양원에 가지 않을 거야."


할머니가 이런 생각을 굳히게 된 이유는, 친한 지인이 간 요양원에 인사도 할 겸 들렸다가 본모습 때문이었다. 친한 지인이 증상이 심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곳이 원래 그런 곳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분은 양팔과 양다리가 묶여있었다고 한다.


치매가 심해진 할머니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시고, 채 1분이 지나지 않은 시간 동안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신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신의 자녀들을 기억하고, 손주들을 기억하고 있기에 할머니의 자녀들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직접 케어하기를 택했다.


그런 할머니는 아직도 요양병원 소리를 들으면 시선을 피하시고,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척을 하신다고 한다.


치매를 앓는 할머니에게 존재하는 다양한 불안 중 하나는, 요양병원이다.



이처럼 사람이라면 아주 작은 어린아이부터 나이 든 어르신까지 각자의 불안과 매일을 살아간다.

정신건강에 대해 배우지 않은 사람부터 정신건강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까지 불안을 느끼며 살아간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 불안이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일지 아니면 계속해서 그 존재에 두려움을 느낄 것인지는 각자 선택에 달렸다.

물론, 선택지가 단 두 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내가 아는 선택지는 이 두 개일 뿐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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