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택배 받기

느리지만 확실한 배송의 정석

by 라일락향기

한국에서 살 땐 당일 배송이 당연했고, 새벽 7시에 띵동 울리는 택배 벨소리에 잠이 깨곤 했다. 그래서 일본에 처음 왔을 때, 택배를 시키고 이틀, 사흘씩 기다리는 일이 조금은 낯설었다. ‘언제 오지?’라는 조바심이 났지만, 이곳 사람들은 오히려 그 ‘기다림’ 자체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야마토, 사가와, 일본 택배 회사의 분위기

일본에는 주요 택배사로 야마토 운수(쿠로네코), 사가와 급편, 일본 우편이 있다.

야마토의 트럭에는 항상 검정 고양이 모양의 로고가 그려져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 회사는 고객 응대가 특히 꼼꼼하고, 기사분들이 소리 없이 배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문 앞에 조용히 놓여 있는 택배 상자 하나에도

'정숙'과 '예의'가 배어 있다는 걸 실감한다.


사가와는 조금 더 속도가 빠르다는 평이 많고,

일본 우편은 작은 물건이나 편지 배달에 주로 쓰인다.

세 업체 모두 공통점이 있다면,

배송 정확도와 시간 약속에 대한 철저함이다.


느리지만 계획적인 시스템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일본의 택배 속도가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느림’이 아니라 ‘계획적’이다.

예를 들어, 오전 8시12시, 오후 12시2시 식의

시간대별 지정 배송을 신청할 수 있고,

부재 중일 때도 집 앞 포스트에 정중한 부재표가 붙는다.


부재표에 적힌 번호로 연락을 하면

원하는 시간대를 다시 조정해준다.

기사님은 무조건 정해진 시간에 오며,

대부분 문 앞에 놓고 가는 무단 투척은 거의 없다.

택배기사와 마주치면 ‘오쓰카레사마데시타(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자연스럽게 건네는 풍경도 자주 본다.


‘소비자’의 태도도 다르다

이곳에서 느낀 가장 큰 차이는

받는 사람의 태도였다.

한국처럼 빠른 배송을 당연하게 여기기보다는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오고, 포장이 단정하며,

기사가 친절하게 인사하는 그 전 과정을

하나의 예의 있는 서비스로 대하는 문화다.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조차

일종의 기대나 감사로 여겨진다는 점.

‘왜 늦지?’보다는 ‘오늘쯤 오겠지’ 하는

느긋한 마음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결론 – 속도보다 ‘정확함’과 ‘예의’가 중심인 택배 문화

일본에서 택배를 받는 일은 단순한 배송 그 이상이다.

그건 누군가의 수고를 기다리는 일이고,

그 수고에 고개를 숙이는 문화다.

받는 사람도, 전하는 사람도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택배라는 아주 일상적인 행위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금도 내 현관 앞에 놓인 상자 하나를 볼 때마다,

그 안에 담긴 물건보다 먼저

그걸 건네준 사람의 조용한 배려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본의 가전제품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