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어기면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큰 고통을 받습니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시간 약속 좀 잘 지켜주세요>

* 저자 : 강현구(헤어디자이너)


서울지하철 합정역 2번 출구 앞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21년차 헤어디자이너다. 미용사로서 20여년 동안 고객을 상대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


미용업을 꾸준히 하는 것은 힘들다. 열명이 시작하면 힘든 스태프 생활 삼사년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다섯명가량은 그만둔다. 디자이너가 되어서도 세명 정도는 포기한다.


고객들 시술 과정이 오픈돼 있기에 결과에 대한 압박감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고객이 만족해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는 배가된다. 여자 고객 시술의 경우 보통 서너시간씩 걸리기에, 지금도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자연스레 위장병을 얻어 병원도 자주 찾는다.


헤어디자이너 자질 중 제일 중요한 건 커트(cut) 능력이다. 커트가 가능해지면 디자이너로 승급한다. 고객들은 '커트는 간소한데 왜 이렇게 비싸냐'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시간과 비용을 가장 많이 투자하는 분야가 바로 커트 기술이다. 수많은 가위질 기술 중 하나만 제대로 익히려 해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수백만원 학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한개에 수십에서 수백만원씩하는 가위도 대여섯자루씩 갖춰야 한다.


헤어디자이너로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면 보람 있고 웃을 일들도 많다. "머리 멋있게 해주셔서 면접 잘 봐서 취직했어요!" "머리가 깔끔해서 대학 면접에서 합격했어요" "머리 예쁘게 해주셔서 소개팅에서 애인 생겼어요" "머리 덕분에 결혼식 너무 잘했어요" 그럴 때면 대학 입학에서 결혼까지, 누군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를 함께하는 행복도우미로 사는 것만 같다.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서비스업 근무 여건이야 법과 제도가 정비되기도 했고,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 성숙하지 못한 예약문화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연락 없이 10분, 20분 정도 늦는 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심지어 약속을 어기고 펑크를 내도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이에 따른 희생은 오롯이 우리 몫이다.


약속을 어기면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큰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한번쯤 생각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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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노회찬재단과 한겨레가 손잡고 2022년 5월부터 '6411의 목소리'를 매주 연재해왔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탔던 6411번 새벽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던 이주민과 청소노동자, 돌봄노동자 등 '존재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투명인간'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래에서, 노동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나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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