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주 감독님 / 심리학관 감독님 / 심리학관
‘영화로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지’ 해서 영화를 선택한 게 아니다. ‘저런 상황이 올 텐데, 그래도 영화를 하고 싶니?’ 하는 질문에 답한 것이다.
하고 싶은 영화를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 12가지를 하는 게 영화 일이었다. 나에게 영화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한다’의 영역이었다.
<화차> 이후에 많은 제안이 왔지만 거절한 이유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데’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Q. 어떤 변화였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대본을 받고 갑자기 욕심이 생겼다. 그런데 ‘내가 왜 이걸 하지’ 설명하지는 못하겠더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상태로 드라마를 시작했는데, 어느 날 배종옥 배우가 연기하는 걸 모니터로 보는데 ‘참 예쁘고 멋있고 훌륭하다’ 싶었다.
촬영에 들어가면서 누군가에게는 문어체적인 표현을 대사로 주고 싶었다. 문어체적으로 말하는 게 가능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배종옥 배우가 그 연기를 정말 잘했다. 극중 경찰서장(권해효)과 식당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그렇다. ‘난 저 사람이 젊은 시절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온 것도 본 적이 있는데, 저 훌륭한 배우를 왜 이제야 만난 거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또 (권)해효 형과 알고 지낸 게 20년인데 그동안 한 번도 작품을 같이 하지 못했다.
왜? 내가 워낙 작품을 안 했으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는 ‘하고 싶은 거만 한다’를 넘어서 게을러진 것은 아닐까. 내가 이 좋은 배우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지금처럼 하면 10년 뒤에나 가능한데. 이제까지 해온 작업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연출을 하는데 즐겁고, 현장에 갈 때마다 두근두근했다. 배종옥 배우의 연기를 모니터로 본 그날 밤에 결심했다. ‘좋은 배우들과 즐겁게 무언가를 계속 만들자.’ 그다음 날부터 외부 작품 대본을 받기 시작했다.
Q. 드라마 연출을 계기로 삶의 태도, 작업 방식이 바뀌게 된 건가?
내가 사소한 거에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다. 뭔가 큰 사건 때문에 삶이 바뀌는 게 아니라, 생각이 좀 더 깊어지게 만드는 어떤 순간이 있다.
<내 생각을 바꾼 그날 배종옥의 연기>
* 변영주 감독님 인터뷰
* 차형석 기자님
* 시사IN 2024.10.8
* p5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