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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Nov 08. 2021

[박정민의 수다다방] "저요?"

일터에서의 소소


우리는 누구나 무의식중에 이야기하는

언어표현습관을 가지고 있지요.

자기자신은 그런 표현을 쓰는지 

인식하지도 못할 만큼

몸에 배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리더분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고객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 저런 상황에서

저런 표현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텐데",

"우리야 그 사람을 잘 아니까 상관없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좀 안좋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 머리 속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

우리 가슴 속에 어떤 마음이 있는지를

어떤 상황이나 맥락에서도

상대방이 명료하게 이해하도록

만들 수만 있다면

불필요한 오해는 하지 않게 되겠지만요.


문제는, 모든 사람에게, 모든 경우에

저희의 생각과 감정과 의도를

아주 정확하게 전달해서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다는 거죠.


그러다보니,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쓰이는 자료는,

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해봤던 단편적인 경험,

그 때 보았던 그 사람의 언어적 표현과

비언어적 표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습관 중에서

우리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오해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주거나,

우리가 얻어내고 싶은 자원의 획득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의 달성을 

방해할 만한 것이 있다면요.


굳이 그렇게 표현해서

나한테 불리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조금만 방법을 바꿔본다면

더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면서 제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언어표현이

"저요?" 였습니다.


회의를 할 때, OOO님 의견은 어때요?

OOO님이 이번에는 한번 이야기해보겠어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많이 쓰시는 표현이더라구요.


"저요?"의 긍정적인 기능은,

일단 한 호흡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나한테 선물해주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바로 반응을 보일 수 있게 해준다는 거죠.


또오.....


그 외에는 잘 생각이 안납니다.

ㅠㅠㅠㅠㅠ.


솔직히, 그나마 있는 긍정적 기능도

말을 하고 있는 본인에게 좋은 거지,

대화 상대방에게는

좋은 것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저요?"의 부정적인 기능은요.

더 많이 생각이 나네요.


"없어 보입니다"

"어린애 같습니다"

"가벼워 보입니다"

"별 생각 없어 보입니다"

"지금까지 회의에서 진행된 이야기를 듣지 않고

다른 생각 하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나에 대한 인상, 이미지,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OOO? 아~ 지난번에 회의에서 만났었는데,

뭘 물어보니까 낼름 한다는 말이 "저요?"더라구.

그건 좀 아니지 않니?

생각이 없는 건가? 아직 어린 건가?).


와. 이건 정말 억울하죠.

별 생각 없이 한마디 뱉은 건데,

이렇게까지 죽자고 덤벼들면 곤란하죠.

부글부글.


하지만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만드는 평판이라는 것은,

우리가 직접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잖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그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이지 않을까요.


누군가 나에게 이야기를 할 기회를 주고,

의견을 말하기를 요청한다면,

차분하게 "네에" 라고 대답하고

한 호흡 하는 정도의 표현으로 충분합니다.


곧바로 말이 튀어나오지 않아도 됩니다.

미리 계획되어 있던 것이 아닌 이상,

갑자기 지목을 받으면

말을 좀 정리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요.

나 자신이 그 침묵을 불편해하지 않으면 됩니다.


정말 쉽죠?





죄송해요. 꾸벅,

그림 잘그리는 

곱슬머리 아저씨 흉내로

그냥 한번 던져봤습니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말랑말랑 캬라멜 먹듯이

기냥 쉽기만 한 일은 아닐겁니다.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하게

몸에 배어 있는 습관이니까요.


하지만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통해

새로운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은


절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면 (언젠가) 될 거구요"

"안하면 (절대!) 안될 겁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과 이야기해서 마음을 먹고,

내가 움직이는 것을 관찰하고,

새로운 행동을 시도해보고,

다시 나를 점검해보고,

지속적으로 연습하기 위해,

기운을 잃지 않는 것이겠지요.


오늘,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위한"

의도적 연습을 통해


'나'라는 가치있는 존재가

반짝반짝 빛나는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 여러분의 일터 동료들도

더 많이 알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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