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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Nov 08. 2021

[심리학관/박정민의 수다다방]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

Work & Culture / Meaning Making

얼마 전에 리더의 언어표현 기르기에 대해

‘구경’을 해보았던 때에,

정세랑 작가님의

‘피프티피플’을 소개드렸었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같이 어울려 살면서

사용하는 보석 같은 언어표현들을

구경할 수 있으니까요.


‘시선으로부터'도 

아주 많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정세랑 작가님 / 

2020.06.05 / 문학동네) 



시선으로부터 / 출처 : 알라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십년이 되는 해에,

큰 딸은 동생들과 자녀들 모두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0주기 제사를 지내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그것도 “하와이”에서.

(하와이는 어머니에게

아주 많은 역사와 이야기가

있었던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심시선(제목의 ‘시선’은

어머니 성함이여요) 여사의

딸, 아들, 사위, 며느리, 손자 손녀들은

하와이에 모여서 특별한 제사상을 준비합니다.


큰 딸은 가족들에게 이런 안내를 합니다.

“각자 제사를 지낼 때까지

하와이를 여행하며 기뻤던 순간,

이걸 보기 위해 살아 있었구나 싶게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 오기로 하는 거에요.

그 순간을 상징하는 물건도 좋고,

물건이 아니라 경험 그 자체를 공유해도 좋고.”


제사상을 차리기 위한

이 독특한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들은

각자 하와이의 이곳저곳으로

흩어져서 시간을 보냅니다.


각 가족들이 하게 되는

경험 그 자체도 인상적이었지만,

저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책이 떠올랐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상담자 / 출처 : 알라딘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상담자”

(Meaning in Life : a therapist’s guide)

Clara Hill 지음, 황매향 강지현 하혜숙 옮김.

2020.06.20.


이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거든요.




대부분의 경우에

의미는 자각의 배경 안에 있다.

이것은 간혹 

구체적인 시간의 전경으로

들어오는데,

쉽게 말해 삶의 경험(장례식 등)이나

과도기(은퇴 등)을 통해 찾아온다.


다시 말해 

지속적으로 항상 의미를 찾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하던 일에 방해를 받거나

일상에서 떨어져 나올 때에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 있는지

생각하기 위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p73)




어머니의 십주기 제사를 지내기 위해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을 때,


가족들은 스스로에게 의미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그 시간을 디딤돌 삼아

다음 인생의 장으로 넘어갈 수 있게 됩니다.


정세랑 소설 작가님과

Clara Hill 심리학 교수님은

똑 같은 이야기를 해주고 계신거죠.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 중간중간에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구요.


그 과정 속에서

나만의 의미를

구성하는,

Making 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구요.


Hill 교수님의 책에서

또 기억나는 구절이 있어요.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고 의미를 찾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지만


세상은 본질적으로 무질서해서

의미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은 어떤 외부 원천에서

의미를 얻기를 희망하기보다

자신만의 의미를 구성해야 한다”

(p105)



내가

“구성(making/constructing)”하는

의미의

색깔과 형태,

크기와 무게,

종류와 분야는

본인이나 주위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닌 이상,

특별한 정답이 없다는 거죠.


내가 통제할 수 없이

떨어지는 삶의 이벤트들 속에서

내가 어떤 삶의 의미를 만들어갈 것인가

바로 내가 통제 가능한 것이구요.


문제는 대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에

매달려서 아쉬워하고 속상해하는 반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용기있게 덤비지 않고

머뭇거린다는 거라고 하네요. ㅠㅠ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기존과

반대로 해보면 되겠네요. ㅎㅎ


지난번에 소개드렸었던

‘중쇄를 찍자’에

이런 멋진 대사가 있었어요.


불평만 늘어나봤자

아무 해결도 안돼요.

쭈욱~ 들이키고

엉엉! 운 후에

중심 딱 잡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어요.

(5권 / p50)


통제 불가능한 것 -> 쭈욱 들이키고 엉엉!

통제 가능한 것 -> 중심 딱 잡고 다시 시작하기


바로 이것이

My Meaning Making에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나의 요새 생활을

한번 들여다봅시다요.


어떤 것에 대해

엉엉 울고


어떤 것에 대해

중심을 딱 잡으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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