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han Cho / 심리학관
<왜 일 잘하는 사람은 설명해야 하고,
사기꾼은 감탄만 받나>
같이 일하는 사람을 고를 때도 그렇고
(나보다 시니어든 주니어든),
창업자를 만날 때도 그렇다.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은 늘 설명을 해야 하고,
사기꾼은 한마디 말로 감탄을 받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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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자는 말이 많다.
왜냐하면 맥락이 필요하니까.
무엇을 했고,
어떤 조건에서였고,
어떤 변수들이 있었는지.
그런데 듣는 사람은
이미 피곤하다.
“결론이 뭐예요?”라는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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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사기꾼은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그 한 문장이 강렬하다.
“저, 삼성 사장 아들이랑 대학교 동기예요.”
“저, 미국에서 그 유명한 XX랑 같이 일했었어요.”
“그 사람 결혼식에도 제가 갔었죠.”
사기꾼은 자기도 헷갈릴 정도로 많이 뻥을 쳐봤고,
그중 어떤 단어가 사람을 멈추게 하는지를
정확히 안다.
“이름”과 “관계”는 한국에서 가장 강한 설득 툴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그 사람을 어쩌다 다시 마주칠지 모르는 사회’다.
사람 사이의 거리도 가깝고,
이름 하나에 얽힌 연결망이 너무 촘촘하다.
그래서 누가 누구랑 밥을 먹었다는 얘기만 들어도
사람은 ‘팩트’보다 ‘가능성’을 먼저 상상한다.
‘진짜인가?’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다’로 기울어버린다.
미국은 다르다.
구글 창업자랑 코워킹스페이스에 있었다고 해서
그걸로 설득이 되진 않는다.
드넓은 미국에서 그 사람을 만날 일은 없다.
거긴 그냥,
“너 지금 뭘 하고 있냐”가 중요하다.
이건 채용에서도, 투자에서도,
제품 피칭에서도 똑같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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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이런 제안서를 본 적 있다:
“이건 한국형 Airbnb입니다.”
“X주 만에 MAU 5만 찍었고요.”
“우리 팀은 전부 삼성 출신이에요.”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설명이 없다.
왜 Airbnb인가?
MAU 5만은 어떤 채널로, 어떤 비용으로?
삼성 출신이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가?
반대로, 좋은 창업자는 이렇게 말한다:
“처음 1,000명 유저는 오프라인에서 손으로 모았고,
이후 2,000명은 리퍼럴 보상 설계로 확보했습니다.
지금은 이 중 38%가 매주 재방문 중입니다.”
말은 덜 멋있지만,
데이터가 맥락 안에서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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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감탄을 유도하는 사람보다,
맥락을 설명하는 사람을 믿어야 한다.
감동은 남을 수 있지만,
재현 가능성은 설명에서만 드러난다.
결국,
사기꾼은 말의 무게를 외부에서 빌려오고,
실력자는 말의 무게를 내부에서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감탄의 속도에 자주 지고 있다.
나는 요즘 그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한 발 물러선다.
“그래서 그 사람이랑 밥을 먹은 게
지금 이 제품의 성장과 무슨 관계가 있죠?”
이 질문 하나로
90%는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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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함께 일하는 사람이
사기꾼인지 아닌지 헷갈린다면,
이 여섯 가지만 확인해보라.
그리고,
- 이 글을 보여주면 안색이 변하는가?
요약은 간단하다.
직접 안 해본 사람일수록 남한테만 시킨다.
그리고 본인은 그 이미지만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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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는 설명해야 한다.
가짜는 감동만 남긴다.
우린 지금,
그 감동의 속도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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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an Cho
CIO / TheVentures
링크드인
2025.05.19 / 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