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 받고 바로 고쳤는데, 왜 반응이 이상하지?

배수정 SK Research Fellow님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리더십 진단이나 다면평가 후에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피드백을 받은 리더가 곧바로 행동을 바꾸는 거죠. “소통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듣고 다음 주부터 팀 미팅을 늘립니다. “경청이 필요하다”는 피드백에 회의 방식을 바꿉니다.


그런데 구성원들의 반응이 묘합니다. 고마워하기보다 어딘가 불편해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갑자기 왜 저러지?” 같은 시선이 오가고, 심지어 “진심일까?” 하는 의심까지 생깁니다.


2025년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에 실린 연구가 이 현상을 살펴봤습니다. Stanford의 Francis Flynn 교수 연구팀이 3,056명을 대상으로 세 차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은 박사과정생 205명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지도교수가 피드백을 받고 행동을 바꾸는 상황을 가정하고, 그 변화가 빠르게 일어났을 때와 천천히 일어났을 때 어떻게 느끼는지 물었습니다.


결과가 의외였습니다. 학생들은 빠른 변화를 “가식적이다(disingenuous)”, “이중적이다(duplicitous)“라고 표현했습니다. 반면 천천히 변화하면 “사려 깊다(thoughtful)”, “진정성 있다(genuine)“라고 표현했습니다. 자신이 원했던 변화인데도요.



두 번째 실험에서는 2,000명 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리더 행동 변화 시나리오를 테스트했습니다. 가상의 관리자 Taylor가 리더십 진단 피드백을 받고 행동을 바꾸는 상황을 설정하고, 변화의 속도를 다르게 제시했습니다. 어떤 참가자에게는 Taylor가 피드백 직후 바로 행동을 바꿨다고 했고, 다른 참가자에게는 몇 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바꿨다고 했습니다.


결과는 첫 번째 실험과 일관됐습니다. 같은 변화라도 빠르게 일어나면 덜 진정성 있게 느껴졌습니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리더 행동 유형에 걸쳐 이 효과가 반복되는지 확인했고, 패턴은 견고하게 유지됐습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변화의 난이도를 조건으로 추가했습니다. 쉬운 변화를 빠르게 하면 “반응이 빠르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문제는 어려운 변화였습니다. 어려운 변화를 빠르게 하면 오히려 덜 진정성 있고 덜 반응적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리고 그 리더에게 앞으로 피드백을 덜 주겠다는 의향까지 낮아졌습니다.



Q.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사람들은

"진짜 변화는 시간이 걸린다”고

믿는다는 겁니다.


어려운 행동을 하루아침에 바꾸면,

그건 진짜 변화가 아니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간이 노력의 대리지표로 작동하는 거죠.


Flynn 교수의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People don’t know what you’re going through to effect change. They’re just using time as a proxy for effort.” -> "상대는 내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시간을 보고 노력을 추정합니다"



피드백을 무시하면 “반응이 없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빨리 반응하면 “가짜 같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리더 입장에서는 뭘 해도 문제인 상황입니다.


연구자들이 제안하는 해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과정을 설명하라는 겁니다.


"이 피드백을 받고

이런 고민을 했고,

이런 시도를 해보려 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진정성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변화 자체가 아니라

변화의 맥락을 공유하는 거죠.



다만 이건 실험실 맥락이라 현실에 그대로 옮기면 과장일 수 있습니다. 조직마다 문화가 다르고, 리더와 구성원의 관계에 따라 반응도 다를 겁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생각하게 됩니다. 피드백을 받으면 빨리 반영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빠른 반응이 항상 좋은 건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려운 변화일수록 더 그렇고요.


돌이켜보면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피드백은 아니었지만,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듣고 빠르게 고생해서 뭔가를 만들어낸 적이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응축적으로 머리를 싸맸는데, 상대는 당황하거나 “그렇게 쉬운 거였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때는 다소 답답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비슷한 구조인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무엇을 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니까요.


빠른 결과물보다 중요한 건,

그 결과물이 어디서 왔는지

상대가 알 수 있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Chon, D., Sezer, O., & Flynn, F. J. (2025).

Not so fast? Rapid response to voice leads

to perceived inauthenticity.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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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정 Research Fellow님

SK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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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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