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져야 할 때. 리더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남윤상 Sales Manager님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2009년 겨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의 일이다. 아바타의 첫 시리즈가 개봉했고, 당시 3D 영화의 희소성과 특수성으로 예매 경쟁은 치열했다. 클릭 몇 초 차이로 전 좌석이 매진되던 때였으니, 표를 손에 쥔 사람들은 나름의 성취감을 안고 극장을 찾았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상영관에 기술적 결함이 발생했다. 영화가 3분의 2가량 진행된 시점에서 3D 상영 관련 이슈로 화면이 멈췄다. 상영관 문이 열리고 관객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 그들의 표정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수차례 시도 끝에 겨우 확보한 좌석, 두 시간 가까이 몰입하던 서사가 돌연 중단된 상황이다.


분노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었고,

그 분노의 일차적 대상은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현장 직원들.

즉, 아르바이트생들이었다.



그때 점장이 사무실에서 나왔다.

정직원들이 뒤따랐다.

점장은 우리에게 간단히 지시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전부 뒤로 빠져 있으세요."


그리고

점장과 정직원들이 전면에 섰다.


격앙된 관객들 앞에서 사과하고,

상황을 설명하고,

고성을 감내했다.


우리 아르바이트생들은

후방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들의 판단 근거를 모르지 않았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아르바이트생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리라. 현장 관리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조치였다.


그러나 그날 내가 목도한 것은

위기관리 매뉴얼의 적용이 아니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후퇴하지 않는 사람들의 자세였다.


화살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걸어 나가는 등을 보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다.

그날 전면에 섰던 정직원들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이었다.

아르바이트생들과 나이 차이도

그렇게 많이 나지도 않았다.

점장조차 현재의 나보다 젊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미 '앞에 서는 역할'을 체화하고 있었다.


조직 생활에서 문제의 발생은 당연히 일어난다. 고객의 항의, 프로젝트의 좌초, 예측 불가능한 사고. 그리고 그 순간, 구성원들은 본능적으로 주위를 살핀다.


누가 이 상황을 수습하는가.

누가 책임의 무게를 지는가.


리더십의 진정한 모습은

거기서 드러난다.


회의실에서 전략을 논할 때가 아니라,

화살이 날아올 때

어느 위치에 서 있는가의 문제다.


직원의 과실을 대신 수습하러 나서는 팀장.

고객의 격한 항의 전화를 직접 받겠다고 나서는 임원.

"제가 보고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상급자.


반대의 양상도 우리는 무수히 목격해왔다. 문제가 터지면 회의가 소집되고, 보고서가 요청되고, 담당자 색출이 시작된다. "이건 누구 소관이었지?" 이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오는 조직. 화살이 날아오면 측면으로 비켜서는 사람들. 이 차이가 리더십의 본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리더십을 논할 때 흔히 비전, 전략, 동기부여 같은 개념들이 소환된다. 물론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조직 구성원들이 실제로 기억하는 것은 그런 추상적 덕목이 아니다.


"그때 그 사람이 앞에 섰다."

혹은 "그때 그 사람은 뒤에 있었다."

이 단순한 기억이

신뢰를 구축하거나 와해시킨다.


리더가 전면에 설 때, 구성원들은 학습한다.

문제를 회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실수해도 고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자신도 리더가 되면

그 자리에 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조직 문화는 그렇게 형성된다.

한 사람이 앞에 서는 모습을 보고,

다음 사람도 앞에 서게 된다.


규정집이 아니라

행동의 목격을 통해 전승되는 것이다.



15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날 전면에 섰던 점장의 이름도, 정직원들의 얼굴도 이제 기억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장면은 여전히 선명하다.


책임져야 할 순간,

리더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

남윤상 Sales Manger님

Zimmer Biomet

LinkedIN

2026.01.09.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