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n Lee 인사전문가님 / 심리학관
— 인사 현장에서 쓰고, 밖에서 다시 보며 느낀 것
15년 동안 인사 일을 해왔습니다. 채용, 평가, 면담, 퇴사까지. 사람과 관련된 거의 모든 순간에 그 단어는 늘 등장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JD에도, 평가표에도,
면접 피드백에도 빠지지 않던 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표현이 문제를 해결해 준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조금 솔직해지면, 이 말은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단어였습니다.
- 왜 안 맞았는지 설명하기 어려울 때
- 구체적으로 말하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것 같을 때
- 판단은 했지만 언어로 정리되지 않았을 때
그 모든 상황을 "커뮤니케이션이 아쉬웠다"라는 말로 정리해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인사팀 밖에서 사람을 다시 보게 되면서 이 단어의 공허함이 더 선명해졌습니다.
같은 사람을 두고도 이런 말이 동시에 나옵니다.
"말을 참 잘해요"
"이상하게 일은 자꾸 어긋나요"
곰곰이 보면 문제는 말이 아니라,
기대의 불일치였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사실 하나의 능력이 아닙니다
최소한 저는, 아래 네 가지가 섞여 있다고 봅니다.
1. 이해 – 말을 듣는 능력
2. 정리 – 생각을 구조화하는 능력
3. 조정 – 이해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능력
4. 책임 – 말의 결과를 끝까지 가져가는 태도
그런데 우리는 이걸 전부 묶어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한 단어로 요구합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반복됩니다.
조직은 "커뮤니케이션 좋은 사람"을
뽑았다고 생각하고,
당사자는 "분명 잘하고 있다"고 느끼는데,
결과는 계속 어긋납니다.
"생각보다 소통이 안 되네요."
사실 소통이 안 된 게 아니라,
무엇을 잘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합의하지 않았던 것에 가깝습니다.
이제 저는 이 단어를 들으면
다음 질문이 먼저 떠오릅니다.
- 이 역할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상대는 누구인가
- 갈등은 '의견' 때문인가, '속도' 때문인가
- 설득이 중요한가, 합의가 중요한가
- 말보다 문서가 중요한 환경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조건이 아니라 모호함의 다른 표현이 됩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같이 일할 때 덜 소모되는 사람.
아마 많은 조직이 정말로 찾는 건 그 사람일 겁니다.
그리고 그걸 설명하지 않은 채
우리는 오늘도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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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n Lee 인사전문가님
2026.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