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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Nov 14. 2021

[심리학관/수다다방] Can You Hear Me?

명랑한 하루

올해 초에 제가

효과적인 온라인 업무소통 방법에 대한

책을 번역한 것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기뻤구요. �


그만큼 요새의 일터환경을

꾸려가는 분들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계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제가 Can you hear me? 였습니다.


다른 때 같으면

“제 목소리가 들리세요?”

“제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제 말을 제발 좀 들어주세요!”

뭐 이런 식으로

제목도 번역을 했을텐데요.


이번에는

Can you hear me? 라는 문장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제목을 따로 번역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상대방의 머리와 가슴에

가 닿지 않아서

안타까워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마음이

Can you hear me? 라는

문장에서 절절히 느껴졌거든요.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분득 떠올랐습니다.


‘추억은 방울방울’(1991)

감독 : 다카하타 이사오

제작 : 미야자키 하야오

지브리 스튜디오

(이제는 넷플릭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추억은 방울방울' 포스터 / 출처 : 네이버 영화소개


주인공 다에코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분수 나눗셈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산수 시험에서 25점을 받았지요.


그 시험지 점수를 본

식구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언니는 ‘다에코 머리가

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정상적으로 풀면

이런 점수를 맞을리가 없다구요!’,


엄마는 ‘그래서 가르쳐주라고 하잖니!

다에코는 정상이 아니란 말이야!’는

충격적인 말까지 하실 정도로요.


공부를 잘했던 언니는

심각한 얼굴로

다에코를 붙잡아 앉힙니다.


(언니)

구구단을 2단부터 외워봐.

-> 정말 앞뒤없이 다짜고짜!!


언니의 생각에는

구구단을 알기만 한다면

당연히 맞춰야 하는

문제이니까요.


다에코가 뭘 어려워하는지는

물어보지도 않습니다.


우리도 일터에서

상대방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이런 식으로

자기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상대방이 정말 힘들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 하지

않을 때가 많지요. ㅠㅠ.


(다에코)

구구단은 다 알아.

벌써 5학년인걸!


(언니)

구구단을 알면서 왜 틀려!


(다에코)

분수 나눗셈이잖아.


(언니)

분자와 분모를 뒤집어서

곱하면 되는거야.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지?


(다에코)

으…응…


(언니 : 눈을 치켜뜨며)

그런데 왜 틀려?


(다에코)

분수를 분수로

나눈다는 게 무슨 뜻이야?


(언니 : 순간 말을 못하며)

..... 뭐?


(다에코)

2/3개의 사과를

1/4로 나눈다는 건,

2/3개의 사과를

4명이서 나누면

한사람당 얼마나

갖느냐는 말이잖아?


(언니)

틀렸어, 틀렸어.

그건 곱셈이야!


(다에코)

어? 왜?

곱하는데 숫자가 줄어?


(언니 : 멀뚱....)

그!러!니!까!

분수 나눗셈은

뒤집어서 곱하는 것!

그것만 외우면 되는거야!


다에코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언니의 과외수업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립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모르고 있고,

무엇을 답답해하고 있는지,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경우,


일터에서도

이렇게 갑갑한 상황이

종종 벌어지죠.


25년전, 연애할 때

남자친구(지금의 신랑)에게

'추억은 방울방울'의

분수나눗셈 이야기를 했더니


놀이터에서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려가면서

설명을 해주어서,

'오옷!' 하며

감탄했던 기억이

지금도 납니다.


(참고로, 신랑은

고등학교 때

수학의 정석을 푸는 것이

제일 즐거웠다는 사람이구요.


저는 영어를 좋아하고

고등학교 언젠가부터

수학 주관식 문제는

포기하기 시작했던

사람이었거든요. ☹)


이 글을 쓰고 있을 때

신랑이 옆에 왔길래

다시 한번 물어봤더니

이렇게 대답해주네요.


(신랑)

사과로 생각하면 안돼.

고기로 생각하는 게 편해.

2/3인분의 고기가 있어.


근데 사람이 한명당

1/4인분만 먹을 수 있다면

몇 명이 먹을 수 있을까?

라고 설명을 하더군요.


25년전과 마찬가지로

감탄했습니다.


상대방의 수준에 맞춰서

현재의 문제를

이해시켜주고 싶은

언어표현은

이렇게 다르구나.


이건 이런 거야!
그렇다고 알고 있으면 돼!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외워!

시끄러워!
토달지마!
까라면 까!
하라면 해!

원래 그랬어!
예전부터 그래왔었어!

왜 혼자 유난이야!
너빼고 다른 애들은
아무 말 없이 잘해!

시키는 거나
찍소리 말고 해!


라는 말로는

일터 커뮤니케이션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절대 만들어낼수

없는 거죠.


지금 틀어놓은 TV에서

처음보는 게임 광고가 나왔는데요.

정말 신기하고 희한하게도

이 글에 아주 딱 맞는 내용인거 있죠.


“‘나를 따르라’라고

리더가 말한다고 해서

따르는 부하는 이제 없다.


진정한 리더는

부하를 덕질한다”

('로드 오브 히어로즈'

2021 신규 캠페인)


우와아아아.

조직관리자분들과 함께

보고 싶은 광고였습니다.


진정한 덕질은

상대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감정과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진정한 리더는

부하를 덕질한다'라는 말은

아주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들렸습니다.


(사실 부하직원도

일을 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지원을

조직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받고 싶다면,


그 결정권한을 가진

리더를 덕질해야 하지요. ^^.


다만, 순서상

이러한 덕질의 노력은

리더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많은 학자들이 이야기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할 때,

누군가와 같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우리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진심을 다해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요?


혹시라도

나와 함께 일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마음속으로

"Can you hear me?"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지는 않을까요?


우리 모두 같이

겸허한 마음으로

한번 뒤돌아보며

스스로의 모습을

다듬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COZY SUDA 박정민 대표]


* 박정민 소개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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