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하루
며칠 전에 정말 인상적인 포스터를 구경해서요.
독자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이 진행하는
‘일상 언어 속 나이 차별 문제
개선 캠페인’이었습니다.
2021년 5월 5일, 제99회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청소년인권연대 ‘지음’에서는 “어린 사람은 아래 사람이 아니다(아랫사람NO)!”라는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나이가 관계의 위아래를 나누는 기준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하고, 어린 사람을 아랫사람으로 대하지 않도록 약속하고 실천하는 캠페인입니다.
한국 사회의 여러 언어 문화 속에 존재하는 나이주의와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지적하고 성찰하는 캠페인이기도 합니다.
(출처) https://yhrjieum.kr/data/?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6588598&t=board
헤드라인이 정말 기가 막히게 뽑아졌지요?
진짜진짜 멋지고 근사해서 감동했구요.
마음 여기저기가 쿡쿡쿡쿡 찔려서
열심히 반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사람’ = 나보다 세상에 늦게 태어난 사람.
사실 아무런 가치판단이 없는 단어입니다.
나보다 체력이 좋고 에너지가 가득해서
좋겠다는 부러움이 느껴지는 정도일까요?
그런데 흔히 우리는 ‘어린 사람’을 언급하면서
은근히 ‘아랫 사람’이라는 이상한 그림자를
덧 씌우곤 하지요.
‘아랫 사람’이라는 단어는
원래 어른/상사/선배로서 이끌어주고
뒷받침해주고 조력해줘야 하는 상대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안타깝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여기저기에서
‘아랫 사람’이란
하대해도 되는 사람.
막 대해도 되는 사람.
내가 어떤 식으로 대해도 괜찮은 사람.
무시하거나 지적질하거나
지나친 평가질을 해도 용인되는 사람.
(남들도 다 그러니까!
나도 어릴 땐 숙여줬으니까!
불만이면 너도 나이 먹어서 꼰대질해!)
나에게 감히 저항하거나 대들면 안되는 사람.
나에게 항상 공손해야 하는 사람.
내 말을 항상 따라야 하는 사람.
(내가 윗 사람이잖아!)
당연히 나보다 많이 알지 못하는 사람.
당연히 나보다 생각이 모자란 사람.
당연히 나보다 일을 잘 못하는 사람.
(내가 더 잘났으니까! 하라면 해!)
이런 이상한 틀을 덧 씌우곤 합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에서일까요 ㅠㅠㅠㅠ)
그러다보니
어린 사람들로부터
"나이야 그냥 아무런 노력 없이도 늘어나는 건데
나이 많은 것이 자랑은 아니잖아요"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훌쩍.
결국 우리가 어울려 잘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예의”라는 사실을
저도 매일매일 매순간순간
다시 생각하고 다시 곱씹고 있습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서도
어린 사람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신경써야 할
행동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해줍니다.
01. 나이 어린 사람(특히 어린이, 청소년)에게 반말, 하대를 하지 마십시오
02. 공식적인 자리에서 나이 어린 사람을 부를 때, 존칭(OO님, OO씨 등)을 사용하십시오
03. 친한 사이가 아닌 어린이, 청소년에게 ‘OO친구”라고 부르지 말고 정중하게 대하십시오
04. 어린이, 청소년의 몸이나 물건 등에 함부로 손대지 마시고 존중하십시오
05. 어린이, 청소년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마치 그 자리에 없는 사람처럼 무시하거나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대화, 평가 등을 나누지 마십시오
출처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모두 다 너무너무 좋은 내용이었지만,
저는 특히 4번과 5번이 많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 상대방의 몸과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말 것.
(자기 것이 아닌 물건과, 내 몸이 아닌 사람의 신체는
원래 함부로 만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이 행동만 하지 않는다 해도
많은 문제와 갈등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상대방이
어른이거나 아이거나 마찬가지입니다)
* 상대방이 그 자리에 없는 사람처럼
무시하지 말 것.
* 상대방이 있는 자리에서
그 사람을 평가하지 말 것.
(“어? 들렸어요?
나는 그냥 혼잣말 한건데”라고 하시면서
들릴 것을 기대하며 혼자 하는 척 하는 말을
하시는 분들을 종종 뵙습니다.
차라리 대놓고 비난을 하시는 것이 낫습니다.
떳떳하게 싸울수 있으니까요.
제대로 대화할 자신이 없으시면
본인의 마음속에서 부글대는 생각은
그냥 혼자 가지고 계시구요,
입밖으로 그 말을 꺼내지 않을 수 있는 존재가
진정한 어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은
상대방이 나와 똑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수용해서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이야기하고 상호작용하려는
“존중”을 표현하려는 노력이죠.
존중이란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니까요.
전에 수다다방에서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책 ‘어린이라는 세계’를 소개했었지요.
그 책을 쓰신 김소영 선생님의 칼럼에서
또 정말 상냥하고 따스하고 다정한
“존중”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김소영의 ‘어린이 가까이’ /
경향신문 / 2020.09.11)
내가 어린이에게 받침이 있는 찻잔이나 사기로 된 머그잔에 차를 내준다고 하면 걱정부터 하는 분도 있다. 어린이는 조심성이 없는데 혹시 깨뜨리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태 독서교실에서 그릇을 깬 어린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독서교실에서는 집에서보다 훨씬 의젓하게 행동하는 데다 그릇을 곱게 다루기 때문이다. 차를 쏟는 경우도 정말 드물다.
머그잔은 받침과 함께 내는데, 잔을 들고 자리를 옮길 때면 모든 어린이가 그 받침도 꼭 챙긴다.
격식을 갖추는 걸 사양하는 어린이는 여태 만나보지 못했다.
언젠가 예쁜 찻잔을 좋아하는 은규에게 어렵게 구한 빈티지 찻잔을 보여준 적이 있다. 이 찻잔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했더니 은규는 눈이 커다래져서 “여기에다 진짜 마시기도 해요?” 하고 물었다.
그날은 나도 마음을 크게 먹어야 했지만, 그 잔에 레몬차를 냈다. 그동안 은규가 보여준 차 예절에 대한 보답이었다.
은규는 무슨 보물을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찻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날은 차를 마시는 동안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꽤 긴장했던 모양이다.
(출처) https://news.v.daum.net/v/20200911161740969
\상대방을 무시하고 하대하고
막 다룬다고 해서
(마! 내가 이렇게 해도
아무 일 없는 사람이야!)
내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을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고
정성껏 대접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때
상대방이 생각하는 내 가치가
올라가게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보여지네요.
오늘, 나는 함께 지내는 어린 사람들을
존중하고 예의 갖춰 대하고 있을까요?
SKY캐슬의 김주영 선생님처럼
이 문제에 대해서만은
나를 믿지 말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의심하며
지속적으로 돌아보는
정기적으로 점검해보려는
마음가짐을 가져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COZY SUDA 박정민 대표]
* 박정민 소개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