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하루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깜짝 놀라 깨고,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눈꺼풀을 비벼
겨우겨우
게슴츠레 눈을 뜨는 것으로
시작하는 하루.
퇴근 후에도
내가 재미있어 하는 것을 하거나
에너지 충전이 되는 일을 하고 싶은데
젖은 솜처럼 무겁게
자꾸 감기기만 하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해
꾸벅거리다가
잠에 떨어져버리는 것으로
끝나는 하루.
도대체 나는
왜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회색빛 어조로 이야기하시는 분들을
종종 뵙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정말 좋은 답을
최근에 읽은 책에서 보아서요.
독자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산만언니 / 2021.06.11)
세상에 아름다운 흉터는 없다. 올해 일흔을 넘긴 우리 이모는 ‘어려서 친구들이 다들 가방 메고 학교 갈 때, 자기 혼자 막내 외삼촌을 등에 업고 학교 담벼락을 따라 걸으며 눈물 훔쳤던 이야기’를 하면서 여태 운다.
지금까지 나한테 열번도 더 이야기했는데도 말할 때마다 매번 운다. 어떤 슬픔들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덧나고 아물고 덧나기를 반복한다.
출처 :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정말 그렇죠.
우리 모두 절대 지워지지 않는
삶의 흉터들을 여러 개 끌어안고 살고 있지요.
"언제까지 그걸 고민하고 있어?"
"이제 잊어버려!"
"그냥 없던 셈 치면 돼!"
라고 주위 사람들은
(물론 좋은 의도지만요 ㅠㅠㅠ)
아주 간단하고 쉽게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생긴 흉터는
지워지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요.
그냥 그 흉터를 인정하고 소화하는 거죠.
주저앉아 아픔에 몸서리치며
눈물만 흘리고 있는
무기력한 상태를 넘어서서
앞으로 한발짝 더 나아가려
애쓰는 행동 정도가
우리가 시도해 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게는 이 글을 통해 세상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 모든 일들을 겪어왔지만,
그럼에도
내가 살아온 세상은 따뜻했다고.
눈물 나게 불행한 시절도 있었지만
가슴 벅차게 감사한 순간들도 많았다고.
그러니 당신들도 살아 있으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냥 살아만 있으라고.
그러다보면 가끔 호사스러운 날들도
경험하게 될 거라고.
출처 :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눈앞에서 죽음을 경험했고
그 기억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으셨던 분이
직접 해주신 감사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건강하게 살아있기 위해
우리는 지금 발버둥치고 있는 거라구요.
그리고, 그 살아있음 자체가
정말 큰 가치있는 거라구요.
그런데 이 중요한 사실을
하루하루 살아내다보면
자꾸 잊어버리게 되지요.
만사에 투덜투덜투덜
궁시렁궁시렁대게 되구요.
웬지 자꾸 기운이 쭉쭉
빠져나가는 것을 느껴서
기분이 영 나빠지곤 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정세랑 작가님은
(보건교사 안은영 /
피프티 피플 / 시선으로부터)
신작 에세이에서
또 반짝거리는
감사한 이야기를 해주셨더라구요.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
정세랑 에세이 / 2021.06.10)
그날 오랜 취미 하나가 시작되었다. 센트럴파크 한가운데서 비에 젖은 채 녹슨 펜스에 걸쳐진 토끼 인형을 발견하고 별 생각 없이 사진을 찍은 일에서부터였다.
아무렇지 않게 찍은 사진이었고 금방 그 자리를 떴지만, 뉴욕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그 이미지를 자주 떠올리게 된 것은 예상 밖이었다.
사진을 찍던 순간을 떠올리면 슬쩍 웃을 수 있고, 숨을 돌릴 수 있고, 뭐든 쓸 수 있었다. 그렇게 2012년부터 ‘사람들이 길에 두고 가는 아름다운 물건들’을 찍게 되었다.
-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말 멋지죠.
돈도 안들고
시간투자도 그렇게 많이 안해도 되고.
제일 좋은 건,
매일 매일의 일상에서
언제든지 할 수 있는데도
나에게 웃음과 호흡과 에너지를
선물해줄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요.
따로 폴더를 만들어두고 며칠에 한번씩 열어본다. 그 가지각색의 사진들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목표가 없어야 취미가 즐거운 것 같다.
찍을 때의 원칙은 하나, 절대로 물건에 손대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예뻐도 가져오지 않는 건 물론이고, 연출을 위해 건드리지도 않는다.
(딱 한번 떨어져 있는 트럼프 카드의 앞면이 궁금해서 뒤집어본 적은 있다.) 꼭 필요한 원칙이라기보단 재미를 위해서다.
출처 :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재미를 위한 원칙”
이 말도 정말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저는 우리 집에 매일 찾아오는
고양이 두마리
(엄마랑 딸? 아들?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a)
사진을 매일매일
열심히 열심히 찍고
정세랑 작가님 같이
그 폴더를 시시때때로 들여다보며
즐거워합니다.
저의 재미 원칙은
'냥냥씨가 현관문 앞에서 잘 때
최대한 깨우지 않는다'입니다.
(하지만 택배 기사님이 오시거나
제가 외출을 해야 할때에는
야옹씨들이 깜짝 놀라지 않게 하려고
먼저 똑똑 문을 두들기고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를 외치며
현관문을 열어 졸린 고양이들을 깨웁니다. ㅠㅠㅠ)
소소한 것,
언뜻 무용해 보이는 것,
스스로에게만 흥미로운 것을
모으는 재미를 아는 사람은
삶을 훨씬 풍부하게 살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항상 다니는 길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사람들,
자신이 사는 곳을
매일 여행지처럼 경험하는 사람들이
결국 예술가가 되니까.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감동, 감동, 감동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하루하루의 일들을 해결하는 데에
별 도움이 안되고,
사실 없어도 큰 상관이 없으며,
절박하게 필요한 것도 아니지만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달콤하고 예쁜 초콜릿 한조각 같은 것을
오늘,
독자님들께도
정세랑 작가님과 같이
한번 찾아보고
한번 해보는
재미있는 시도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COZY SUDA 박정민 대표]
* 박정민 소개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