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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비판자 있다? 사실은 보호자였다구!

심도인의 관계심리학

by 심리학관

<내면의 비판자의 본심 알아주기>


2020년 1월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벌써 2년 반이 지났네요)



대인관계에서 감정 표현은

강력한 정보로 작용한다는 것을

직장 내 상황을 예시로 들어

살펴본 내용이었습니다.


예시 자체가 상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제목도 '불안한 상사' 였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부하직원의 입장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


상사가 반복해서 업무 진행 상황을 확인하자

부하직원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를 못 믿나?'




상사는 자신의 불안감에

어디까지 했는지 질문을 했을 뿐인데

부하직원은 상사의 그 질문을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불신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렇다면 그 순간

나를 못 믿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네, 바로 자신입니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나를 못 믿는 내가

내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내 안에 없는 것은 외부 환경에 의해

자극받을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내 안에 없으니까요.



우리에게는 '내면의 비판자'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비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비판받는 아이'도 존재합니다.


내면의 비판자는 항상 활동 중일 수도 있고

평소에는 조용히 있다가 외부의 자극이

있을 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 자극제가 될지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릅니다.

상사의 말 한마디에 내면의 비판자가

깨어나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의 눈빛, 부모님의 한숨,

친구나 애인, 배우자의 침묵에 의해서도

내면의 비판자는 활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난 왜 이것 밖에 못하는 걸까?'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내가 지금까지 일을 잘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운이야.'

'난 너무 게을러.'

'아무도 나를 믿지 않을거야.'

'나는 내가 너무 부끄러워.'

'사람들이 진짜 내 모습을 안다면 나와 함께 하려고 하지 않을거야.'


라는 생각들이 든다면

내면의 비판자가 활동을 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보통 어떻게 할까요?

내면의 비판자와 맞서 싸우거나

수긍하고 수치심, 죄책감, 무망감을 느끼며

괴로워하거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립니다.

(술, 게임, 폭식, 몸을 혹사시킴 등)


'나를 못 믿나?', '미심쩍어 하는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런 생각을 떠올리게 만든

상사를 욕하거나 원망하고

침울해 하거나 폭음, 폭식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이지요.

뭘해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고

다음에 또 그런 얘기를 들으면 어떡하지

걱정이 되고 긴장이 됩니다.


지난 글(위 링크한 글)의 내용처럼

상사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주면

그나마 마음이 놓이고 개운해질 수 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무엇을 하면 이 불편한 감정들이

해소될 수 있을까요?


사람과 상황마다 다를 수 있고

순서와 방법도 다를 수 있지만

우선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나와 생각/감정을 분리시키는 것입니다.

생각과 감정은 '나'가 아님을 기억합니다.

(명상이 이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말로 인해 내가

수치심과 불안, 죄책감을 느꼈다면

'나는 믿음직스럽지 않아.',

'나는 별로야.'

라는 표현 대신


'내 안에 내가 믿음직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구나.'

'내 안에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네.'

'내 안에 불안을 느끼는 부분이 있어.'

라고 바꿔 표현합니다.


그 다음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의 의도,

즉 내면 비판자의 의도를 생각해 봅니다.

사실 이 비판자는 우리 자신을 공격하고

깎아 내리고 불안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보호하고 돕기 위해 존재합니다.


다가올 수 있는 위험(인정받지 못함, 버림받음,

쓸모없음, 사랑받지 못함, 소외감 등)을

막거나 대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애쓰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 의도가 좋다고 해서

내면 비판자의 행위가

나에게 꼭 도움이 되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 내면의 비판자는 지금 생긴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 생겼을 가능성이 큰데,

그렇기 때문에 성인이 된 지금도

어렸을 때 비판받은 아이가 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침묵하기, 회피하기, 울기, 기죽어 있기,

마구 화내기, 소리 지르기 등)

성인이 되고 직장인이 된 지금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는 방식이지요.


많은 분들이 대처를 바꾸고 싶다고

상담에 오시는데요,

그러려면 먼저 내면 비판자의 선한 의도,

나를 위한 의도를 알아줘야 합니다.


'아, 내 안에 있는 이 비판자는

사실 나를 보호하려고 하는 거구나.'

'아, 이 나를 비난하는 부분,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부분은

사실 더 큰 위험을 막으려고 애쓰고 있는 거였구나.'

하구요.


나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그 노력을 인정해주고 감사를 표하면서

내면의 비판자와 친해질 수 있도록

다가가 봅니다.

무엇으로부터 보호하려고 했는지도

호기심을 갖고 차근차근 생각해 봅니다.


내면의 비판자가 하려고 했던 것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나면

우리 안의 비판자는 조용히 물러나고

우리는 다시

차분하고 너그럽고 지혜로운 상태의

나로 돌아와서

나에게 가장 이로운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내면의 비판자의 본심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감사하고 다가갈 때

큰 파도처럼 밀려오는 엄청난 감동과 기쁨을

독자님들도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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