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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인의 관계심리학] 욱하고 나서 후회한다면?

react 와 response 구분하기

by 심리학관


연애할 때 많이들 싸우시죠?

결혼하고 나면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싸움은 힘든 일이지만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싸우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알고

이해하게 되기도 하거든요.


싸움 자체를 하지 않는 것보다

잘 싸우는 게 중요합니다.

잘 싸운다는 것은 뭘까요?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아마도 극단적인 언행으로

상대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어렵죠.

우리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면

되돌릴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말과 행동은

거의 무의식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빠르게 튀어나옵니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를 하지요.


저는 고2때 첫 연애를 했었는데요.

그 때의 구남친과 심하게 다툰 후

제 화를 이기지 못하고 저는 그만

비싸게 주고 산 삐삐(연식 증거1)를

홍대 기찻길에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 대학 때 또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할 때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다가

심하게 말싸움을 하게 되고

또 제 화를 이기지 못하고

폴더폰(연식 증거2)이었던

제 휴대폰을 두동강 냅니다.


그 이후로도 핸드폰을 던지거나

화장대를 영화에서 본 것처럼 쓸어버린다던가

커플링을 8차선 도로에 던진다던가…

(쓰다 보니 저… 좀 이상한데,

25세 이후로는 전혀 안 그럽니다)

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만한 심한 말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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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개의 기계와 물건들을 해먹고 나서

어느 날 또 핸드폰을 던질 위기에 봉착하였는데,

그 날은 참 이상하게도 손이 멈춰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부시면 또 나는 핸드폰을 사야한다. 그럼 또 돈을 수십만원 써야 한다. 예전에 핸드폰을 던졌을 때 그 순간에는 뭔가 시원한 것 같았지만 돌아서서 금방 후회하고 자책했다. 핸드폰을 던지는 일은 순간 시원할지는 몰라도 결국 나에게는 이득이 아닌 물질적, 심리적인 손해로 남는다. 이걸 던지고 싶을 만큼 참을 수 없는 내 감정이 뭔지 확인해 보는게 나에게 더 이득이다’


그 이후로 저는

물건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뿐만 아니라

충동성이 발휘될 것 같은 다른 상황들

(엄마와 정치 얘기를 하거나

친구와 싸움 직전까지 가거나

직장에서 억울한 말을 들었을 때 등등)

에서도 한 번 멈추고

생각하는 방법을 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멈추고, 생각하고,

나에게 좋은 방향의 행동을

선택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멈춰있는 그 순간

손이 달달 떨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쓰다 보니 저… 좀 진짜

이상해 보일 것 같은데,

지금은 이 정도는 아닙니다.

다 25세 이전…)


근데 계속 경험이 쌓이다 보니

멈추고 생각하고 행동을 선택하는

과정이 점점 수월해졌습니다.


아직도 쉽지는 않은데,

특히 중요한 대상이라고 여기는 사람과

문제가 생길 때 멈추고 생각하려고

의식적으로 많이 노력합니다.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Between stimulus and response there is a space. In that space is our power to choose our response. In our response lies our growth and our freedom.”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우리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다. 우리의 성장과 자유는 response의 결과물입니다)


임상심리학자이자 관계전문가인 Leslie Becker-Phelps는 이런 말을 합니다.

Don’t just react. Choose your response.

(단순히 반응하지마라. 당신의 반응을 선택해라)


과거의 제가 삐삐를 던지고

핸드폰을 두동강 내며 소리를 지르고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들을 하는 것은

react입니다.


그 때 제가 가장 힘들어했던 감정은

배신감, 버려지는 기분, 고립감, 박탈감 등이었는데,

이런 기분이 느껴지는 상황이 되면

내부의 긴장에 압도되어 말과 행동을 통해

긴장을 밖으로 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뤘지요.


바로 물건을 던지지 않고 잠깐 멈춰서

생각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것,

이것이 response입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

그 공간에서 나는 나에게 질문을 합니다.


- 지금 어떤 감정이 드니?

- 그 감정은 어떤 생각에서 왔니?

- 지금 너는 어떤 행동을 하고 싶니?

- 그 행동의 결과는 어떨까?

- 그럼 너는 어떤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니?

-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니?

- 그 결과를 얻으려면 지금 너는 무슨 말과 행동을 해야할까?

- 시간이 더 필요하니?

- 그럼 지금은 시간을 갖는 것을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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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마음이 좀 차분해 지면서

내가 원하는 방향에 다가갈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나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좋은 관계는 더 돈독해지고

해가 되는 관계는 잘 끊어집니다.

삶이 내가 원하는 모습과

100프로 일치하진 않아도

그래도 내 인생을 살고 있다는 느낌도 듭니다.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은 되지만

불안에 시달리지는 않습니다.


여러분도 꼭 저 공간을 갖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 안에서

나에게 묻고 답하는 과정,

이 과정이 바로 심리상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혼자서 어렵다면 꼭 한 번

심리상담을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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