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위한 표현도구상자
최근에 강의준비를 하면서
예전에 사 놓기만 하고 읽지 못했던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2019)를
열심히 읽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ㅠㅠ)
그 중에서도
저는 이 표현이 마음에 많이 와 닿더군요.
고정관념은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이다.
그러니까 고정관념이라는 것은
자신의 가치체계를 드러내는
일종의 자기고백인 셈이다.
무심코 뱉어내는
‘고정관념 가득한 말’들은
나의 편협한 가치체계를
여지없이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거라는 이야기가
무섭게까지 느껴지더라구요. ㅠㅠ.
그러고보니
최근에
우리 조직의 구성원들과,
다른 유관부서의 구성원들과,
상사와 동료와 후배와,
고객과 함께 일할 때
편견을 담은 표현을 쓰는
리더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듣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야기하죠.
OOO는 이래…..
OOO는 저래서 안돼…..
OOO는 어쩔 수 없어…..
좀 다를 줄 알았더니 역시 너도 OOO이구나
이때 OOO에는
하나의 개인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어떤 집단이 들어가잖습니까.
리더가 이런 표현을 쓸 때,
OOO에 내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그 표현을 듣는 상대방은
리더에 대한 신뢰를 하지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없는 어디에선가는
분명히 내가 속한 집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이야기할거라는
예상이 되니까요.
그러니 바로 그 OOO에 속한 사람이
우연히 자신의 리더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해
편견어린 표현을 하는 것을 듣게 될 때
조직에 대한 충성도나
리더에 대한 믿음이
부서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겠지요.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사람들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다른 집단을 쉽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번역하고 있는
동기부여에 대한 책에서도,
자신이 속한 집단 사람들은
내재적/심리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지만,
다른 집단 사람들은
보다 외재적/물리적 동기에 의해
(금전적 보상이나 승진)
움직일 거라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휴우우우.
사람은
참 세상을
자기 중심으로
편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ㅠㅠ.
그야말로 나쁜 점은
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거죠.
(‘그림자 : 분석심리학의 탐구 1 / 이부영)
나는 ‘그 나쁜 다른 사람’이 아니니까 안심인 거구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리더분들은 손사래를 치시면서
"나는 그렇지 않아요"
"내가 얼마나 신경 많이 써서
상냥하고 친절하게 이야기를 하는데요"
라고 하십니다.
네에.
맞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정말 좋은 리더분들이 많지요.
자신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시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관계를 만들까
고민하시는 분들이요.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요.
어떤 상황에서는요.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요.
우리가
별 생각 없이
고정관념을 포함한 말들을
하게 되는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당연히
24시간, 365일 그렇지는 않지만요.)
그래서
혹시나
혹시나
내가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무심코
실수를 하는 것이 없나 하고,
정기적으로
내 모습을 들여다보는 작업이
성숙한 일터 관계를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봅니다.
얼핏 들으면 편견을 담은 표현으로 들리지 않지만,
듣는 상대방이 발끈하는 표현도 있지요.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도 나오더군요.
당신은 OOO치고 잘하네요
당신은 보통 OOO와는 다르네요
분명히 말하는 분들은
칭찬의 의도를 가지고 하시겠지만,
이 표현은
사실 듣는 사람에게는
칭찬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내가 그 집단에 속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같이 욕먹는 것 같기도 하구요.
(대부분의 경우, 그 집단에 대한 소속은
내가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욕먹는 집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는 지금 애쓰고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는 건가,
도대체 얼마나 뭘 해야 하지 라는
막막함이 들기까지 합니다.
평소에 우리 모두
아주 많이 조심해야 할 표현이죠.
자, 오늘의 Do & Don’t는
아주 간단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DO]
내 눈앞에 있는 한 개인에 집중해서
(상대방이 속한 ‘집단’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고)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기
[DON’T]
내가 속해 있지 않은 특정 집단에 대해
확정적이고 판단적인,
미루어 짐작하면서도 매우 확신을 가진
부정적인 표현을 하기
-> 이와 같은 표현은
나의 평판에도,
나와 상대방의 관계에도,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성과에도,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 일터의 분위기에도,
어느 하나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됩니다.
올해에는
일터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조금만 더
정성껏,
예의를 갖추어 대하는 연습을
우리 같이 해보면 어떨까요.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도
그만큼의 따뜻한 시선일 거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