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달리기 위해, 나는 느리게 달리기 시작했다

부상 이후, 기록보다 기초를 선택한 러너의 이야기

by 조아

2024년 8월, 건강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작 3km만 달려도 심장이 터질 듯했고, 숨은 거칠게 차올랐다. 그때의 나는 3km조차 버거운 초보 러너였다.


그런데 이제는 “3km 정도는 빨리 달려서 갔다 올게”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달라졌다. 거리에 대한 부담도 줄었고, 호흡도 훨씬 안정되었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자 욕심이 생겼다. 매일 달리고 싶었고,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싶었고, 마일리지도 차곡차곡 쌓고 싶었다.


대회에도 참가하고 싶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자연스러웠지만, 돌이켜 보면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빨리 많은 것을 원했다.


그리고 결국, 그 확장된 달리기 세계 속에서 부상이라는 위기를 만났다.


처음에는 무릎이었다.

두 번째는 발목이었다.


둘 다 러너에게 흔한 부상 부위다. 그래서 더 씁쓸했다. 내게도 분명 훈련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하지 말아야 할 무리를 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왜 부상이 찾아왔는지 여러 번 곱씹어 보았지만, 처음에는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대구마라톤 이후, 나는 조금 더 진지하게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몸 상태를 살피고, 달리기 자세를 점검하고, 수면과 체중, 생활 습관까지 하나씩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달리기와 조금이라도 연결될 수 있는 요소들을 차근차근 짚어 가며, 결국 부상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내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고가의 인솔을 사용해 이를 예방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 문제는 하나였다.


나는 아직 충분히 달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풀코스를 무리하게 강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 내 몸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짊어지게 되었다. 과체중, 일상의 식습관, 부족한 수면까지. 돌아보면 마라토너에게 적합하지 않은 조건들을 적지 않게 안고 있었다.


다행히 발목은 많이 회복되었다. 예전에는 1km를 달리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ახლა는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고 달려도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물론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조심해야 하고,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분명했다.

무리해서 페이스를 올릴 수도 없고, 기록 경신만 바라보며 달릴 수도 없었다.


한때는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달리기 마일리지에 대한 집착도 내려놓아야 했다. 그렇게 남은 것은 단 하나, 심박수에 집중하는 달리기였다.


나는 지금 Zone 2 달리기를 훈련의 중심에 두고 있다.

체내 지방 사용 능력을 높이고,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강화하며, 달리기에 적합한 기초를 다시 만드는 과정이다.


물론 업힐 훈련도 하고, 템포런도 하며 대회를 준비한다. 그러나 모든 훈련의 중심에는 결국 Zone 2 달리기가 있다.


풀코스를 두 번이나 완주한 사람이, 때로는 총총걸음처럼 보일 정도로 느린 속도로 달린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자존심이 아니다. 오래 달릴 수 있는 몸의 기초를 만드는 일이다.


요즘은 5km 정도의 Zone 2 달리기를 주로 한다. 그런데 조금만 방심해도 심박수가 135bpm을 넘어 버린다. 그래서 늘 심박수에 집중해야 한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더 효율적으로, 더 경제적으로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내 몸의 신호를 더 믿기로 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처음부터 Zone 2 달리기를 알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주법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아쉬움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감정은 감사함이다.


이제라도 그 가치를 알고 실천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훈련을 시작할 용기를 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아직 시작한 지 2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피로감은 덜하고, 심박수도 이전보다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심박 안정성’을 지키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꾸준한 Zone 2 훈련을 통해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이 훈련은 지루할 수 있다.때로는 답답하고,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조금씩 거리를 늘리며, 안정된 심박수 안에서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몸을 만들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괜찮다. 100세에도 풀코스를 완주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면, 이 과정은 반드시 지나야 할 기초 중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의 풀코스 완주는 기초가 완성된 상태에서 이뤄낸 결과라기보다 그저 참고 버텨 만든 결과물에 가까웠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원하는 달리기는 다르다. 참는 달리기가 아니라, 즐기며 내 몸과 대화하는 달리기. 42.195km를 넘어 언젠가는 50km, 100km의 울트라마라톤까지 도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Zone 2는 선택이 아니라 통과의례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느리게 달린다.

오래 달리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