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또다시 풀코스를 선택하는가.
며칠 뒤면 올해 첫 대회이자 세 번째 풀코스 도전인 대구 국제마라톤에 참가한다. JTBC 서울마라톤과 비교하면 이동 거리나 비용 면에서 훨씬 부담이 적은 대회다. 그럼에도 마음은 가볍지 않다. 진주마라톤 이후 이어진 발목 통증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여기에 지난 주말 갑작스러운 감기몸살까지 겹쳤다. 토요일 저녁부터 오한과 기침에 시달리며 이불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오늘 들어서야 조금씩 회복되는 기미가 보이지만, 정상 컨디션과는 거리가 있다. 정상이어도 버거운 것이 풀코스다.
최악의 컨디션으로 출전하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 선택일까.
하지만 돌아보면, 나는 단 한 번도 ‘최고의 컨디션’으로 풀코스를 출발한 적이 없다.
JTBC 서울마라톤 때는 APEC 행사로 비행기가 연착되어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새벽 1시에 서울에 들어와 5시에 다시 일어나 출발선에 섰다. 진주마라톤 역시 전날 모임 일정으로 거제에서 이동하며 이미 피로가 쌓인 상태였다. 완벽한 준비 속에서 출발했던 기억은 없다.
그럼에도 두 번 모두 완주했다.
풀코스는 늘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출발선에서 결승선까지,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훈련을 충분히 했어도, 컨디션이 좋아도, 언제든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더 부담스럽고, 그래서 더 묻고 싶어진다. 이렇게 긴장하며 뛰는 것이 과연 ‘즐기는 것’일까.
대회 전 불안이 엄습하는 순간마다 나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것은 아닐지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도 믿는다. 처음에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하프코스가 반복을 통해 익숙해졌듯, 풀코스 역시 반복 속에서 점점 자연스러워질 것이라고.
지금은 테이퍼링 기간이다. 이 시점에서 무리한 거리주나 속도 훈련은 의미가 없다. 몸을 회복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천천히 달리며 컨디션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10km 코스로 전환하는 선택도 고려할 것이다.
완주가 목표이되, 무리하지 않는 선택 역시 나의 몫이다.
나는 이번 대회가 ‘대회를 위한 대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기록이나 증명에 매달리기보다, 달리는 그 순간을 온전히 경험하고 싶다. 마라톤을 통해 내 삶이 강압과 경쟁이 아닌, 자율과 성장의 욕구로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다.
대구마라톤은 첫 출전이라 코스도, 분위기도, 2월 말의 날씨도 모두 낯설다. 나에게 유리한 조건이 주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나의 풀코스 도전이 늘 그랬듯, 이번에도 선택은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발선에 선다.
그리고 끝까지, 나의 방식으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