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는 법을 배우다

완주보다 오래 달리기 위해 선택한 멈춤

by 조아

황금 같은 설 연휴를 나는 휴식이 아닌 요양으로 보냈다. 토요일 퇴근 후 목요일 출근까지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감기몸살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발목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했다.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쉬어야 낫는다”던 병원의 말이 맞았다. 나는 그동안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들었을 뿐이었다. 처음부터 의사의 말을 온전히 따랐다면 회복은 더 빨랐을지도 모른다. 발목 상태가 좋아지자 연휴 중 하루쯤은 달리고 싶은 욕심이 올라왔다.


그러나 컨디션은 바닥이었다. 결국 달리지 못했고, 보강운동만 하며 시간을 보냈다. 몸은 쉬었지만 마음은 쉬지 못했다. 대회를 앞두고 생각은 둘로 갈라졌다. 이왕 접수했으니 10km라도 달리자. 어차피 완주하지 못할 것 같다면 그냥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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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던 두 마음은 뜻밖의 말 한마디로 정리되었다.



토요일에 대구에 가자는 아이의 제안이었다. 전날 대구로 이동해 숙박을 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인스턴트 국밥으로 속을 채웠다. 지하철을 타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넓은 대구 스타디움에서 가볍게 몸을 풀며 출발을 기다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포기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일주일 동안 달리지 않았기에 발목은 최상이었고, 가민 워치의 바디 배터리도 역대 최고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출발 후 초반 담티고개 업힐까지는 괜찮았다.


문제는 바람과 미세먼지였다. 잠잠했던 기침이 다시 시작되었다. 콜록거리며 달리다 보니 호흡이 무너졌다. 완만한 오르막에서도 숨이 가빠졌다. 버티면 완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승선에서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상처뿐인 영광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하프 지점에서 멈췄다.


마라톤 대회에서의 첫 중도 포기였다. 낯설고 어색했다. 그러나 나는 오늘만 달리는 사람이 아니다. 계속 달릴 사람이다.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멈추는 법도 알아야 한다.


지하철을 타고 대회장으로 돌아오는 길, 여전히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러너들을 바라보았다. 이상하게도 비참하지 않았다. 완주하지 못했지만, 나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완주는 하지 못했다. 그러나 실패는 아니다.


이번 선택은 ‘무조건 버티는 달리기’에서 ‘경제적인 달리기’로 나아가는 전환점이었다. 기록을 위해 몸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달리기 위해 몸을 지키는 선택. 앞으로 심박수 훈련을 더 정교하게 이어갈 것이다.

2027년, 다시 대구 출발선에 선다.

그때는 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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