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업힐 훈련이 바꿔놓은 것

두려움으로 남아 있던 오르막은, 거제 블루레이스에서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by 조아

지난 일요일, 나는 MBN 거제 블루레이스 하프 마라톤에 참가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처음으로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는 후배와 동반주를 하기 위해서였다. 난이도가 높은 코스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여행의 여독도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출전을 강행한 것은 하프 마라톤이라는 거리 자체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물론 마음 한편에는 우려도 있었다. 무엇보다 발목 상태가 아직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진 것은 약속이었다.


첫 마라톤 출전에서 21km를 혼자 견뎌내야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옆에서 함께 달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응원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내 컨디션을 우선하기보다, 후배와 함께 끝까지 완주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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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블루레이스가 쉽지 않은 코스라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들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 전, 후배와 함께 진해 드림파크에서 업힐 훈련을 했다. 대구마라톤에서 업힐 구간마다 무너졌던 기억이 있었기에 그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었다.


덕분에 걱정이 아주 크지는 않았다. 결국 관건은 업힐 자체보다, 발목 통증이 얼마나 버텨줄 것인가였다. 출발 전 날씨는 매서웠다. 바람이 불었고 기온은 0도였다. 보온을 위해 러닝 복장을 단단히 갖춰 입고 거제로 향했다.



한 시간 남짓 운전해 대회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참가자들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후배와 함께 가볍게 몸을 풀고, 완주만을 목표로 출발선 앞에 섰다. 하프 동반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래서 마음의 부담은 크지 않았다.


다만 이번 코스는 분명 업힐이 변수였다. 얼마나 잘 달리느냐보다, 얼마나 포기하지 않고 버티느냐가 완주를 결정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끝까지 달려보자고 약속했다. 다행히 출발 후 상황은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걱정했던 것처럼 거센 바닷바람이 몰아치지도 않았고, 오히려 낮았던 기온은 점점 올라 보온을 위해 입은 옷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따뜻해졌다. 무엇보다 기분 좋았던 것은 발목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오랜만에 몸이 허락하는 레이스를 즐길 수 있었다.


물론 쉽기만 한 레이스는 아니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업힐에서는 심박수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140대 심박을 유지하며 달리고 싶었지만, 초반부터 150을 넘어섰고 때로는 160을 넘나들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 부담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체력적으로 완전히 무너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서 무리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기보다, 현재의 리듬 안에서 최대한 일정한 심박과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돌이켜보면 진해 드림파크에서 했던 업힐 훈련이 분명 도움이 되었다. 극악의 경사도를 한 번 경험하고 나니, 거제 블루레이스의 업힐이 예전처럼 압도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단 한 번의 훈련이었을 뿐인데도 그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그 경험 덕분에 문득 이런 확신이 생겼다. 매주 두 번 이상 꾸준히 업힐 훈련을 한다면, 대구마라톤의 업힐 역시 충분히 버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구간은 산달연륙교를 오르내리는 코스였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나는 페이스를 조절하며 끝까지 걸음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심박수는 160을 조금 넘기기도 했지만, 흐름을 잃지 않고 결승선까지 달릴 수 있었다.


자신 있게 후배의 동반주를 해주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후배는 후배만의 페이스로 나를 앞질러 달려갔다. 그리고 나는 또 나대로, 내 페이스를 지키며 완주했다. 생각해보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꼭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해야만 동반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출발선에 서서, 같은 목표를 향해 각자의 방식으로 끝까지 달린 것만으로도 그 약속은 지켜진 셈이다.



이번 레이스에서 가장 크게 남은 것은 기록이 아니다. 업힐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던 내가, 단 한 번의 훈련만으로도 업힐 코스를 훨씬 덜 두려워하며 달릴 수 있었다는 경험이다. 이 감각은 앞으로 내가 참가할 모든 마라톤에서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이제 나는 안다.


업힐은 막연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훈련하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을. 앞으로도 꾸준히 업힐 훈련을 이어갈 생각이다. 언젠가는 업힐 구간에서도 심박수가 크게 요동치지 않고, 페이스도 무너지지 않는 레이스를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날이 오면, 나는 이번 거제 블루레이스에서 얻은 작은 자신감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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