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시작은 물론 겨울이고, 회사와 관공서들의 시무식도 1월 2일이지만, 학교를 졸업한 지 20여 년이 되어도 학교의 학사일정이 더 몸에 익어서인지. 개학하는 3월이 비로소 한 해의 시작 같았다.
봄은 시작의 알림이고, 그 알림이 꽃들이어서 더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매화-목련-벚꽃과 개나리-철쭉과 진달래-이팦나무의 그 밥알 같은 꽃들로 이어지는 개화들이 계속해서 봄이 옴을 일깨워주었다. 봄이 올거야. 곧 봄이야. 봄이야. 봄이 지나가고 있어.
하지만 난 한동안 봄꽃에 별 감흥을 못느끼는 시기가 있었다. 화려한 꽃들 앞에서 사진을 찍기엔 내가 너무 초라하고 누추했다. 모든 것이 colorful할 때 나만 흑백모노톤 같았고. 모두들 피어나는데 나만 지는 듯 했다.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정신이 건강하다고 한다. 반대로 얘기하면 계절이 변하는지 무심하거나 느끼질 못하면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바쁘고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많은 것을 미뤄두었는데 생각해보면 제일 중요한 것들을 미루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