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치아 Apr 14. 2021

봄이 올 거야.오고 있어.봄이야.봄이 지나가고 있어.

매화-목련-벚꽃과 개나리-철쭉과 진달래-이팦나무의 그 밥알 같은 꽃들

봄이 좋았다.


 한 해의 시작은 물론 겨울이고, 회사와 관공서들의 시무식도 1월 2일이지만, 학교를 졸업한 지 20여 년이 되어도 학교의 학사일정이 더 몸에 익어서인지. 개학하는 3월이 비로소 한 해의 시작 같았다.


 봄은 시작의 알림이고, 그 알림이 꽃들이어서 더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매화-목련-벚꽃과 개나리-철쭉과 진달래-이팦나무의 그 밥알 같은 꽃들로 이어지는 개화들이 계속해서 봄이 옴을 일깨워주었다. 봄이 올거야. 곧 봄이야. 봄이야. 봄이 지나가고 있어.


 하지만 난 한동안 봄꽃에 별 감흥을 못느끼는 시기가 있었다. 화려한 꽃들 앞에서 사진을 찍기엔 내가 너무 초라하고 누추했다. 모든 것이 colorful할 때 나만 흑백모노톤 같았고. 모두들 피어나는데 나만 지는 듯 했다.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정신이 건강하다고 한다. 반대로 얘기하면 계절이 변하는지 무심하거나 느끼질 못하면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바쁘고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많은 것을 미뤄두었는데 생각해보면 제일 중요한 것들을 미루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세수를 하고

밥을 먹으면 양치를 하고

저녁에는 샤워를 하거나 최소한 발이라도 씻고

머리도 매일같이는 아니더라도 이틀 사흘에 한번씩은 감고

옷을 계절에 맞춰 단정히 입고

머리를 대충 하나로 묶더라도 빗으로 빗어 단정히 하고

해야할 말을 상대방이 알아듣도록 또렷이 말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든 경청하고 그가 말하는 바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식사 시간에는 간단히라도 건강한 식사를 하고

걸을 수 있을 땐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걷고

될 수 있으면 운동시간을 따로 갖는 등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상이 어쩌면, 제일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는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거나

돈을 한꺼번에 벌기 위한 경매, 주식을 위한 공부를 하거나

 돈, 사회적 지위 등등을 얻기 위한 일이 제일 중요하고, '거대한' 일이라 착각하며

정작 계절의 변화도 무시하고 무심했다.

그래서 정작 제일 중요한 것들을 놓치며 살아왔다.


 지금 2021년 4월 봄햇살, 봄바람을 충분히 넉넉히 쐬고 맞이하리라.


 벚꽃이 졌으니 철쭉이 피고 있고  요즘의 반짝 추위가 누그러지만 이팝나무가 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잘 산다"에서의 "잘"의 뜻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