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치아 Apr 20. 2021

나의 자존감 도둑들에게 2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현명해지지 않지. 당신은 그저 늙은 허언증 겁쟁이

"시간이 약이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하는데 사실 틀린 것도 많다. 그 당시엔 맞았지만 지금 좀 안 맞는 것들도 있고. 하지만 저 금언만은 정말이지 진정한 진리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엔 도저히 회복되기 힘든 일이라 생각해도 살다 보면 살아지고, 마음의 상처는 많이 아문다.

물론 사건마다, 사람마다 약효가 도는 시간은 다르다.

 어떤 사건은 일주일이면 싸~악 나을 수도 있지만, 어떤 건 20년이 지난 지금도 부들부들하게 될 수도 있고, 상처가 아문다고 완전히 잊는다는 건 아니기에.


 여하튼 오늘은 내 자존감을 훔친 여러 도둑들 중 top 3로 꼽았던 X들 중 2번째, 3번째에게 마저 편지를 쓰려한다.


2. 내가 10개월 일한 학원의 원장 X


내가 20대 중반의 나이로 어렸고 세상 물정 몰랐고

 공무원 시험에 하~도 많이 떨어지다 보니 자존감이 바닥인 상태였던지라

당신이 날 폄훼하는 말을 너무나 당연시 여겼다.


그 당시엔 내 학력에, 내 전공이면 더 높은 급여로 토, 일, 공휴일이 보장될 수 있었는데


당신은 그걸 뻔히 알면서도, 당신이 날 퍽이나 특별 대우해준다고 생색을 냈다.

 급여는 그 누구보다 적고, 주말에도 애들 자습 감독을 시키면서도 수당도 안 주면서

이렇게 일을 가르쳐주는 자기에게 감사하라 강요했다. (게다가 주말에 자습 감독을 하는데 개 싸가지 중딩 남자애가 나더러 "정신 사나우니 돌아다니지 마세요" 이 지랄...)


내가 공무원 시험에 5번째 떨어지고, 더 이상 공부만 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과외 알바 자리를 알아보려 하니

 우리 아버지께서 예전에 잠깐 인연이 닿은 당신에게 전화나 넣어서 면접이라도 보게 해 주랴, 하고 물었을 때

난 아버지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사실 상상하지 못했다.

뭐 그런 면접도 경험이지 싶어 한다고 했는데, 당신이 그렇게 고깝게 고자세로 우리 아버지를 수치스럽게 한 줄 알았다면 면접 자리에서 물이라도 상판에 부어주고 나왔을 것이다.


 현실은 강사들이 하도 그만둬서 늘 인력난에 시달리고,

 강사진의 안정화가 안되어 고민이었으면서


우리 아버지께서 자기보다 한참 어리고, 또 조직 내에서도 아랫사람이었던 이에게 전화를 해서 자식 면접 기회를 정중히 부탁할 때

무슨 큰 적선 하듯,

 우리 아버지에게 신세 진 걸 이렇게 갚게 되어 다행이라는 둥,

 자기가 지금 경영이 어려우나 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자릴 마련했다는 둥,

 별 거짓말을 다 해서 우리 아버지와 날 한층 초라하게 만들었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당신은 숨 쉬듯 거짓말을 하고 자기가 그런 말을 언제 했냐는 패턴을 매일 반복하는 허언증 환자였다.)


여하튼 난 성실히 일했다.

 내 이력을 학원 홍보에 쓰는 걸 보고,

난 바보같이 나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갖기보다는

당신이 날 인정해주는 것 같아 감사했다.

(자존감이 이래서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얼토당토않은 손해를 스스로 보게 만드니까.)


이 또한 당신의 교묘한 가스라이팅에 세뇌되어서였고, 나중에서야 내 개인정보를 허락도 없이 쓴 것이 당신의 수많은 불법 중에 하나라는 걸 깨달았지만.


1년을 채우지 못한 건

일한 지 한 6개월 되었을 때인가,

 43분의 수업에 2분 쉬는 시간으로 매일 5시간 빡빡히 일하고 있었는데

 월급은 시급으로 계산하며 쉬는 시간인 저 2분을 빼고 오로지 수업시간만 넣고,

시험대비 수업자료를 만든 시간이며, 애들 자율학습 감독한 시간 등은 계산조차 안 한 걸 알게 되어서도

바보 같은 난 못 받은 돈을 요구할 생각조차 못하고 그만두겠다 했을 때

(이래서 학교에서 금융교육이나 노동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4년제 대학 졸업을 해도 개진상 사장을 만나기 전까진 시급 받는 일조차 이렇게나 몰랐다.)


 당신과 당신 와이프가 내게 다른 강사를 구할 때까지는 그만두지 못한다며 , 그냥 내가 그만 두면 계약 위반에 내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위협해서

어쩔 수없이 한 달, 두 달 더 다녀보니


 당신은 전혀 내 후임을 구할 노력조차 하지 않았고

게다가 당신과 나 사이엔 그런 계약은 존재하지 않은 걸 알게 되서였다.


그래도 바로 학원을 박차고 나오지 못한 건 내가 안 나오면 내 수업까지 억지로 맡아야 하는 다른 선생님들께 너무 죄송해서. 딱 그뿐.


여하튼 그 영원히 성장만 할 것 같던 당신 학원이 망한 지 이미 10년이 다 되어가고

당신의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엔 지하와 1층이 모 식품회사의 물류창고 같은 게 들어와 있고

2,3층은 임대한다는 오래된 현수막이 너덜너덜 붙어있는 걸 보니


당신이 얼마나 추했고, 더 추해졌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당신의 그 오래된 벤츠조차 추하다.


과학고를 보낸다고 전과목 과외선생을 붙였던 당신 딸도 당신 계획대로 안되고 임신부터 해서 일찍 시집가더니 사위가 사업자금 달라고 당신 아파트 거실에 드러누워있다고 들었다.


난 진심으로 당신 소식은 전혀 듣고 싶지 않았는데

얼마 전에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지인에게 당신이 학원 건물 임대료로 먹고살며 그 건물 관리를 자신이 맡게 되었다는 얘기를 시작으로 당신의 근황을 이렇게 들어 유감이다.


 당신이 그토록 거짓말을 많이 한 이유가

당신도 당신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기에 거짓말로 당신을 무장했던 겁쟁이였음을 이제야 알겠다.

이제 나이 들어 좀 인생을 깨달았을까 했는데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더니 여전히 그런다며.

... 시간이 당신에겐 약이 아닌가 보군.


 ...


아... 3번째에겐 편지 쓰지 말아야겠다.


잊고 살던 과거가 떠오르니 마음속에서 더 열불이 난다.

내 자존감 도둑들한테 욕도 하기 싫다.

욕해봤자 그 사람들 귀에 들리는 것도 아닌데

대체 10년 20년 지난 이 시점에 나 혼자 이게 뭔 헛짓거리인지 모르겠다.


그냥 현재에 집중하고 잊고 살자.

저 자존감 도둑들보다 이런 짓이 더 내 자존감을 잃게 만드는 듯하다.

내가 왜 이 짓을 시작했는지 -_-


 살면서 그토록 후회할 일만 만들고 또 반복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있는 그대로의 날 받아들여야 나 자신이 좋아진다던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