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 시시하게 끝나가는 중이다.
살아가는 중이란 말은 동시에 죽어가는 중이란 뜻이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지만, 그 앞은 '끝'은 결국 죽음이 아니던가.
며칠 전 가족모임을 하느라 오랜만에 외출 준비를 했다. 거울 앞에 30분 가까이 앉아 화장을 하고, 귀걸이를 고르고, 원피스의 소매 끝을 접은 적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내가 어색했다. 피부과 간 지도 2년은 되어가나. 눈 밑에 비립종이 생겨있고, 살이 처지기 시작해 입가가 심술 맞아 보인다.
언제 이렇게 늙어버렸나.
예전에 회사 생활 때 팀장님들 표정이 안 좋아 보였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팀장님도 기분 안 좋은 날도 있었겠지만 좋은 날도 있었을 텐데
다만, 나이가 먹으며 무표정으로 있으면 왠지 화나 보여서였을 거란 깨달음이 온다.
(대부분 직장인들이 그렇듯 그저 출근한 그 자체로 불쾌했을 수도 있고.)
이젠 내가 그 팀장님 나이 즈음이 되다 보니,
무표정으로 있으면 안 되겠다,
억지로라도 입꼬리를 올리고 다녀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웃자.
웃자.
웃을 일 없어도 웃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창 밖에 나무들이 무자비하게 흔들리고 있다.
노화. 비바람.
자연 앞에선 나는 이토록이나 무력하고.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