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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치아 Jun 04. 2021

난 "예술병"에 걸린 걸까요?

글쓰기, 음악, 미술, 그 외 다양한 예술을 업으로 삼는 "예술가"의 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나이를 먹으면 어느 정도의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 결과란

명함에 찍힐 '직업'이 있든

명함은 없어도 일정한 돈벌이가 되는 '업'을 하고 있든

매일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 장소가 있든

전업주부처럼 현금화가 되는 일은 아닐지라도 '해야만 하는 내 몫의 일'이 있어 해내고 있든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일을 반복하여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대부분 저렇게 살고 있는데 유독 예술가의 꿈을 품은 사람들이 '준비 중'이란 말만 하며 실제 '결과'는 아무것도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를 '예술병'에 걸렸다고 한다.

나야말로 언젠가 책을 내고 글로 돈을 왕창 벌겠다는 행복 회로를 돌린 지 어언 20여 년. 하지만 실제 결과물은... 글로 번 돈이라곤 아무리 박박 긁어봐도 100만 원이 채 되질 않는다. 

모 방송국에서 5시간 일하고 통장에 입금된 돈이 7천 원인 적도 있다.


어제에도 난 아이들이 학교에, 신랑이 회사에 가기 전까지는 열심히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척하다가

집에 혼자 남아있자마자 이불 속에 들어가

오전 내내 졸며 깨며 넷플릭스 다큐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누워있다가

오전과 오후에 두 번이나 들른 소독해주시는 분의 방문도 집에 없는 척하며 초인종 소릴 외면하고

누워있을 때는 참을만했던 허기가 이불속에서 나오자마자 격렬하게 나를 지배하는데도

뭐 해 먹기도, 덥혀먹는 것조차, 냉장고에 있는 걸 꺼내먹는 것조차 힘들어서 아이들 과자 봉지를 하나 집어 들어 허기를 때우며

또 옛날 영화 "양들의 침묵"을 다시 보곤

조디 포스터가 산길을 달리는 장면을 보며 "아~ 운동해야 하는데~" 말만 하고

또 드러누워있다가

아이들 오는 시간에 맞춰 겨우 몸을 일으켜 청소, 빨래, 설거지, 저녁 반찬거리 만들기, 마늘 까기 이런저런 정리들을 하다 보면

9시! 잘 시간이다! 또 눕는다.

그리고 애들 재우고 나서도 10시 넘어 어쩔 땐 11시, 12시 넘어서까지 또 폰을 붙들고 있다가

다음날 6시 반에 벌떡! 일어난다.


난 예술병 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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