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기사는 늘 타오른다. 100% 그렇다. 복날 무렵 나오는 보신탕집 스케치, 개식용 찬반 기사는 조회수기술자들 사이에선 사실상 '치트키'로 취급된다. 수년 간 이 기사들을 유심히 지켜본 바, 댓글로 드러나는 민심은 대략 "나는 개고기를 먹지 않지만 그렇다고 먹는 사람들한테까지 먹지 말라고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즉 "개인의 자유를 건드리지 좀 마라"로 수렴되는 듯 하다. 이 모습만 보면 경제 영역이든 사회 영역이든 고전적 의미의 자유주의가 우리 사회 상식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부터 <교촌치킨>에 관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유튜브 영상과 기사 댓글창을 보면 <교촌치킨>이 자행한 '3천원 인상'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거의 실시간으로 표출되고 있다. "요즘 경제 어려운 거 안 보여? 눈치 좀 챙겨라"는 반응. 의아한 점은 이 지점이다. 개식용에까지도 너그러운, 우리 사회 높은 자유주의 감수성과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은 왜 유독 치킨의 장에서만큼은 잘 작동하지 않는 걸까. 왜 치킨은 늘, 분노의 표적이 되는 걸까.
내 꿈은 치킨집 사장
누구나 알다시피 치킨은 전기나 수도처럼 독점적 성격을 가진 재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교촌치킨>이 치킨 시장에서 특별한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700개가 넘는 우리나라의 치킨집 갯수(3만6000개)는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재가 길거리 깡통처럼 굴러다니는 상황이니 비싸다 느껴지면 다른 데서 먹으면 그만이다. 실제로 <교촌치킨>은 치킨값 인상에 따른 엄청난 후폭풍을 겪고 있다. 10년 가까이 지켜온 업계 1위 자리도 높은 확률로 내주게 될 전망이다.
치킨에만 적용되는 이중적 태도는비슷한 시기 나온 '노키즈존 금지법' 기사를 보면 더 두드러진다. 댓글 여론은 대체로 "사업자가 알아서 할 영역을 왜 국가가 개입하느냐", "나도 아이를 키우지만 노키즈존은 찬성이다" 등 부정적 의견 일색이다. 2021년 여론조사를 보면 노키즈존 찬성 응답이 71%였고, 반대는 17%에 불과했다. 아마도 사람들의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라'는 말에는 '저절로 조정될 것'이란 자유주의 교리가생략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교촌을 필두로 모든 프랜차이즈 치킨값이 일제히 따라오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 밀도를 자랑하는, 무한경쟁에 가까운 시장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기란 꽤 희박해 보인다. 설령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우리에겐 삼겹살과 짜장면이란 카드가 남아있다. 이 눈에 띄는 유난은 높은 확률로 공포 정서와 결부되어 있을 것이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물가상승에 대한 공포가 치킨에 대한 한국인들의 남다른 애착과 만나 사회가 쌓아올린 자유주의 감각을 교란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