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어련히 나오는 기사들이 있다. 어린이날 기사, 어버이날 기사가 그렇다. 언뜻 '관성'에 가까운 이런캘린더 기사들이 자꾸 나오는 까닭은 일단 쓰기 쉬워서 그렇고, 딱 그날이여야만 돋보이는 마이너한 장르이기때문이기도 하다.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고개가 갸웃했던 건 대부분 유력 신문들이 어린이날 기획을 따로 싣지 않아서였다. 속으로 '아, 출산율 급감의 영향이 이런 곳에서도 나타나는 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어버이날인 오늘 역시 관련 기획이 자취를 감췄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고령화 사회, 부모님의 사회 아니었던가. 대부분 아예 건드리지 않았고 일부는 '부모님과 따로 사는 자녀들이 한달에 3.3회 만나고 일주일에 2.2회 통화한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풀(자료)기사로 체면치레를 했다.
언론사들이 더 이상 이런 류의 기획에 뉴스가치가 없다고 느꼈을지 모르겠다. 확실히 캘린더 기획은 식상하다. 하지만 이런 날이라도 써야 곱씹게 되는 가치들이 있기 마련이다. 무슨무슨날들이 생기는 까닭은, 대다수 사람들이 이렇게라도 강제하지 않으면 평소 무슨무슨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경향신문이 어린이날 기획(스쿨존 안전성), 어버이날 기획(사라지는 무료 급식소)을 각각 1면과 사회면 톱에 배치해 명맥을 이었다. 내년도 지면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