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아이러니는 남보다 더 많이 읽는 사람이 더 많은 허기를 느낀다는 사실이다. 시간은 굶주림의 가장 큰 적이다. 그런 면에서 금요일 혹은 토요일 신문들의 '책면'은 영양가는 별로 없지만, 손쉽게 허기를 달래주는패스트푸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다른 이의 선택을 볼 수 있을 때, 그래서 다른 사람의 선택을 보고 흉내 낼 수 있을 때, 집단지성은 순식간에 '집단무지성'으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 스스로의 판단을 의심하고 순응을 기본 태도로 장착하면서, 우리는 개인에게 집단의 구성원으로 변모한다. 이렇게 심어진 오류의 씨앗이 발아하게 되면, 모든 지식을 뒤덮어버린 채 오직 집단 착각만을 남겨놓는 연쇄 반응과 무한 복사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한 문단이 아마 <집단착각>(2023)의 정수일 것이다. 책의 핵심은 결국 문장 몇 개로 수렴되며 그외 모든 나머지는 이를 뒷받침하는 것일 뿐이어서 대개 손쉽게 잊혀진다. 언뜻 대단해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아무런 인사이트 없는 쭉정이 같은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집단무지성', '집단착각'이라는 표현 하나로 종종 소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