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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 May 21. 2023

???: "진보가 가짜뉴스를 더 잘 믿는다니까?"

fleeting notes

진보층이 가짜뉴스를 잘 믿는다?!


· 며칠 전 중앙일보가 '진보층이 보수보다 가짜뉴스 잘 믿는다'라는 굉장히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를 1면 톱기사로 내걸었다. 여러 의미로 놀라운 일이었다. '진보층'으로 묶이는 국민들의 스펙트럼은 '보수층' 못지 않게 넓을 터. 이 모호한 두 집단을 자신있게 솎아내 비교하고 '진보가 보수보다 어떻다'며 유의미한 결과까지 도출해낸 것이기 때문이다.


2023년 5월 18일 중앙일보 1면


· 1면에는 아무 기사나 싣지 않는다. 언론이 칼로 무 내려찍듯 'A는 B다.' 단정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 두 가지가 합쳐졌다는 것은 엄청난 자기 확신과 근거 없이는 불가능한 일.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전문가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 모양이다.


https://v.daum.net/v/20230520114206120


이것이 왜 중요한가?


· 사실 이 기사를 비웃고 싶은 마음은 없다. '너 이번에 잘 걸렸다'는 식으로 꼬투리 잡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 사건이 눈길을 잡은 까닭은 대중의 확증편향을 지적하는 언론의 시선이 그 자체로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있다는, 확증편향을 되려 강화하고 있다는 슬픈 사실을 말해주고 있어서다.



질문들.


· 기사의 근거는 이렇다.


1. "2022년 대한민국 민주주의 지수가 작년에 비해 여덟 단계 하락했다."
2.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다."
3.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추천에 응하고 있지 않아, 북한 인권재단은 7년째 출범을 못하고 있다."
4. "문재인 정부는 비밀리에 6억 달러 규모의 대북 송금을 하였다."   


· 어떻게 보이는가. 이 네 가지 질문에 대해 민주당,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어떻게 답변하였느냐가 '진보가 보수보다 가짜 뉴스를 더 믿는다'라는 주장의 근거였다.


· 곧바로 이런 의문들이 떠오른다. 이 네 질문만으로 확증편향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가? 단 한 번 설문으로 'a는 b다' 결론내리는 일이 가능한가? 민주당 지지자는 진보층이고 국민의힘 지지자는 보수층인가? '가짜뉴스' 2번, 4번은 같은 차원의 질문인가? '진짜뉴스' 1번, 3번은 아무런 의도가 없는가? 이 기사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가?



생각.


· 이 기사는 대중의 확증편향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확증편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제대로 된 뉴스(중앙일보)를 소비하는' 보수층은 주변 곳곳 이 기사를 퍼 날랐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해설을 달았을지도 모른다. "이거 봐라, 하여튼 진보놈들이 더 멍청하고 무식하다니까!"


· 국민을 흑백으로 단순화시키며 'A=B'라는 노골적 비약으로 점철된 이 과감한 주장이 신문 1면에 당당히 실렸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언론의 게이트키핑 시스템이 바닥부터 망가졌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편집국 내부 확증편향이 작동했을 것이다.


· 물론 '진보층이 가짜뉴스를 더 잘 믿는다'고 말하고자 하는 이유와 속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 많은 기자 중 아무도 이 간단한 자기모순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



updated: 202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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