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 브랜드 캐릭터를 수십년 동안 쥐꼬리만큼씩 수정한 미국의 소금 기업 '모턴(Morton)'은 인지심리학을 활용한 마케팅 사례로 종종 거론된다.
· 모턴은 1914년 광고회사와 함께 '모턴 솔트 걸'(Mortan Salt Girl)이란 캐릭터를 새롭게 내놓는다. 빗방울이 쏟아지는 날 자기 몸보다 큰 우산을 어깨에 걸치고 칠칠맞게 소금을 흘리고 다니는 이 친근하면서도 엉뚱한 아이는 사람들 머릿속에 금세 각인되었다. "엄브렐라 걸"하면 모턴이고, 모턴하면 "엄브렐라 걸"이었다.
엄브렐라 걸
· 흥미로운 점은 1914년부터 1968년에 이르기까지 캐릭터가 꾸준히 변화했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변화를 거의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1914년과 1968년 버전을 나란히 놓고 보면 아무런 연관성 없는 캐릭터처럼 보이는데도 말이다.
· 인지심리학 쪽에서는 이를 "두 사물(변화전-후)간 차이를 지각하는 한계인 '차등적 문턱' 안에서 변화를 주면 소비자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며, 반발도 적게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 회사가 일부러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수준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어 시대에 뒤쳐져가는 캐릭터의 이미지를 세련되게 유지했다는 것이다. '웨버의 법칙'이라 불리는 이 이론은 시각 요소뿐 아니라 기업이 가격을 올릴 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네이버가 조금(?) 변했다.
· 문득 이 이론이 떠오른 것은 최근 대대적으로 사이트를 개편한 네이버 때문이다. 네이버는 PC답게, 때론 모바일처럼. 이란 문구를 내세우며 나름의 변화를 도모했다. PC화면 우상단에 '이렇게 새로워집니다!'라는 페이지 링크까지 걸어놓은 걸 보면 별러도 단단히 벼른 일처럼 보인다.
· 쭉 둘러보니 UI/UX 업계 쪽에서는 '오, 대박. 잘 뜯어보니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쯤 정리되는 분위기인듯 하다. 좌우폭이 넓어짐과 동시에 각종 오브젝트 모서리들이 둥글어지고, 요소간 층위를 나누는 베이스색과 톤이 달라졌으며(흰색->회색), 증시와 같은 위젯들이 강조되고 웹툰·웹소설 썸네일 이미지가 커졌다 등등..
· 하지만 나같은 대부분의 일반 유저들은 달라진 점을 크게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음, 색이 좀 바뀌었나?' 정도? 네이버의 이같은 '소폭 변신'은 아무리 대단한 기업도 '웨버의 법칙'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흥미롭다.아마 이 정도가 그들이 손댈 수 있는 최대치였을 것이다. 문턱 바깥까지 손댔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니.
· 직전 버전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사실 네이버 메인 UI는 지난 세월 꽤 많은 것이 달라졌다. 모턴이 그러했듯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