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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 Jul 18. 2023

[브랜딩log] 스몰브랜드의 무기, 내러티브

스몰브랜드의 생존전략

콜린스의 내러티브


콜린스(Collins)는 아마도 요즘 유행하는 스몰브랜드 중 가장 힙한(?) 브랜드일 것이다. 콜린스 특유의 감성이 녹아있는 인센스 스틱은 이제 대형 백화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서울 강남역이나 홍대역 같은 번화가에서 이들이 내건 대형 광고가 종종 목격되기도 한다.


인센스 스틱으로 유명하다.


콜린스가 인센스를 낯설어하는 청년 세대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탈 수 있었던 것은 단연 내러티브와 프로덕트의 자연스러운 조화 덕분일 것이다.


"당신의 콜린스 모먼트는 언제인가요?"


마이클 콜린스(1930-2021)는 1969년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도달했을 당시, 아폴로11호에 탑승한 3명의 우주비행사 중 한 명이다. 아울러 이 3명 중 유일하게 달을 직접 밟아보지 못한 인물이기도 하다. '끝내 달을 딛지 못한 비운의 우주비행사'. 콜린스는 마이클 콜린스의 이 이야기를 자신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가져왔다.


이 분이 마이클 콜린스다.


어떻게? 이렇게. 아래는 콜린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소개글이다.


【 ‘마이클 콜린스’가 당신에게 남긴 것 】

유산(遺産)은 남겨지는 것입니다. 흔적은 새겨지는 것이지요.

이는 어떤 사물이나 재산을 넘어 '이야기'에도 해당됩니다.

물려받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우리는 그 흔적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 마이클 콜린스가 당신에게 남긴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이클 콜린스'는 '태초의 아담 이후 가장 외로웠던 인간'이라는 별명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멋진 문장으로 표현했지만, 그를 향한 사람들의 첫 시선이 '안타까움'이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그토록 어렵게 달 근처까지 가서 자신의 흔적은커녕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돌아온 마이클을 보며 대놓고 '불쌍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사람들은 마이클이 우주에서 경험했을 감정이 '허무함'일 것이라고 감히 추측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달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 '마이클'은 홀로 사령선에 남아 달 궤도를 돌아야 했고, 그 시간은 무려 21시간 30분이나 되었습니다. 심지어 달 뒤편을 지날 땐 지구와의 교신까지 끊겼어요. 그렇게 지구와의 모든 통신이 끊긴 시간 48분,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에 '마이클'은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을 직접 관측했습니다.

마이클 콜린스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어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편안한 공간에서 심지어 따뜻한 커피도 한잔했어요. 작고 아름다운 나만의 공간을 소유한 멋진 순간이었습니다. 그 안의 모든 게 내 것이었죠. 저는 그곳에서 황제였어요. 우주선 창밖으로는 꽉 찬 지구가 한눈에 보였고, 그건 제 생애 최고의 광경이었습니다. 그걸로 충분했어요."

이 이야기는 어느 우주비행사의 독특한 경험이지만, 분명 당신에게로 이어져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을 소중히 여길 때, 당신의 삶도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께 작은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이 질문은 짧은 한 문장이지만, 삶을 관통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폴로 11호의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는 달 뒤편을 지나며, 이런 독백을 남겼습니다.

"달 뒤로 넘어가는 순간 지구와 무선통신까지 끊기면서 완전한 혼자가 된다. 나는 혼자다. 진정 혼자다. 이 공간에선 세상에 알려진 그 어떤 생명체와도 단절되어 있다. 혼자라는 느낌은 두려움이나 외로움보다는 자각, 기대감, 만족, 확신, 환희에 더 가깝다. 창밖으로 별들이 보인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누구나 자신만의 '콜린스 모먼트'가 있어요.

그 순간에는 다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만의 행복'이 숨어있습니다.

온전히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과 공간, 평가받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뽐내지 않아도 충만한 자신감, 나만 이해할 수 있는 은밀한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들 말이죠.

"당신의 '콜린스 모먼트'는 언제인가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다 보면, 마침내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소하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한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을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세요.


내러티브의 힘, 기억


콜린스는 이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을 콜린스 모먼트(Collins Moment)로 정의하며, 모든 개인의 콜린스 모먼트를 돕는 조력자로서 스스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했다.


콜린스의 성공은 내러티브의 파괴력을 새삼 환기시킨다. 아마 누구라도 이들이 내놓은 스토리를 찬찬히 읽는다면, 일부러 기억하려던 게 아니었어도 잊는 것이 꽤 어려울 것이다. 달 착륙을 둘러싼 흥미로운 서사, 납득이 가는 프로덕트 스토리,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이라는 인간의 보편 감정까지. '기억'에 필요한 모든 요건을 갖췄으니 말이다. 아마 이 글을 읽은 분들도 어디서 콜린스에 대해 얘기해보라고 하면 막힘없이 술술 풀어낼 수 있으리라.


내러티브 + @


하지만 콜린스가 처음부터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2~3년쯤은 수면복, 전동칫솔과 같은 프로덕트들을 내놓는 바람에 회사가 거의 고꾸라질 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인센스라는 핵심 프로덕트를 찾아내 지금에 이른 것이다. 콜린스의 실패와 성공은 내러티브가 강력한 무기인 것은 맞지만, 결코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HrAnCDdK2Ts

콜린스는 인센스 스틱이 타들어 가는 시간(20분)에 맞춰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유튜브 플리(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제공한다. 영리하고, 힙하다.


관련문서(브런치 링크)

- 제텔카스텐 인덱스

- 브랜딩log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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