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배경부터. 계기는 지난달 있었던 슬기님과의 커피챗이었다. 슬기님은 서울의 한 브랜드 에이전시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고 유능한 디자이너다. 몇 년만에 만난 자리에서 브랜드 제작과 관련한 실무적인 고민을 털어놓자, 슬기님이 이 강의를 추천해준 것이다.
사실 '플러스엑스'라는 이름을 이때 처음 알게 됐는데, 찾아보니 BTS 리브랜딩을 비롯해 CU, 11번가, YG, SKT 등등.. 이른바 '대기업'이라 불릴 만한 곳들의 리브랜딩을 모조리 전담한, 대단한 스튜디오였다. 슬기님 말씀으로는 "'업계에서 제일 잘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곳이라 현업 디자이너들도 이 강의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대단히 공교롭게도 이 얘기를 듣고 바로 며칠 뒤 플러스엑스에서 자신들이 만든 실무 강의를 무려 '환급 챌린지'로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고, 이렇게 수강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수강료는 50%가량 할인받아 50만원대.(원래 이들이 책정한 수강료는 114만7000원이다..!) 원가(?) 100만원이 넘는 온라인 강의를 처음 보기도 하고, 그 안에 과연 어떤 인사이트와 노하우들이 담겨 있을지 무척 궁금하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앞으로 매일 하나씩, 강의를 들으며 떠오른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올리게 될 예정이다. 부디 마지막까지 완주할 수 있기를.
DAY 1
브랜드(Brand) 경험(eXperience), BX
첫 강의는 브랜드와 경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핵심은 브랜드가 단순히 상업 기업의 '로고'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
브랜드가 과거 기업과 제품에 한정돼 인식되었다면, 이제는 사람과 아티스트, 단체, 도시 등 무엇이든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가령 경기 침체로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던 70년대 뉴욕시를 단숨에 세계적인 도시로 만든, 'I♡NY'가 바로 그런 케이스다. 즉, 현재의 브랜드(B)는 '인식하고 소통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확장되었고, 그 '인식'과 '소통'을 위한 모든 활동이 바로 경험(X)인 것이다.
이 BX를 설계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바로 BX 디자이너, BX 전략가의 일이라는 설명이다.(아직 손에 잡히는 느낌은 아니다.)
과거에 마케팅에서 브랜딩으로 어떤 차원의 변화가 한 차례 있었다면, 거기서 더 나아가 BX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나타난 셈이다. 이는 언뜻 'UX'(유저 경험)나 'DX'(디지털 전환) 같은 단어들이 널리 쓰이면서 덩달아 생긴 용어 같기도 하지만, 유저 경험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핸들링하느냐가 브랜딩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납득이 되는 개념이다.
"시각적 일관성은 중요하지 않다"
경험은 유저의 머릿속에 브랜드에 관한 기억을 남기는 수단이다. 그래서 일관적이어야 한다. 이랬다저랬다 일관성 없는 브랜드는 긍정적인 경험은커녕 소비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기만 할 뿐이다. 브랜드 일관성, Brand Consistency가 강조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꼭 시각적인 통일에만 천착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부합만 한다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시각적 요소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젠틀 몬스터>는 파격적이고 아방가르드한 시각 요소를 꾸준히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뜻 비일관적인 브랜드로 보일 수 있겠으나, '파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변함 없는, 꾸준한 브랜드라고도 볼 수 있다.
역시 '납득됨'이 중요하다.
강의에서는 이를 '일관성'(공급자 측면)으로 설명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납득됨'(소비자 측면)이 더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유저 경험도, 시각 요소 활용도 결국엔 유저가 얼마나 수긍할 수 있느냐, 얼마나 설득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브랜딩도 그렇고 현대예술도 그렇고 '납득'이 되어야 브랜드 혹은 작품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브랜딩이란 어쩐지 예술가의 예술 활동과 닮아있다는 생각도 든다. 대중을 납득시킬 수만 있다면 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도 얼마든지 가치있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젠틀 몬스터 역시 여러 방법(실험적인 플래그십 스토어,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위어드 뷰티(weird beaty)'라는 자신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저들에게 납득시키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여러 실험들을 할 수 있는 것이지, 단순히 "우리는 파격적이예요" 말만 늘어놓았다면 금세 외면받는 브랜드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유저와 브랜드 사이의 인식의 간극을 좁히는 행위(설득)가 브랜딩 혹은 현대미술의 본질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