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의 유래가 신라의 군주를 말하는 '이사금', 즉 '이가 많은 사람'에서 온 것이란 글을 보았다. 찾아보니 이사금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이사금은 '잇금'의 신라 방언으로, '이질금(尼叱今)'이나 '치질금(齒叱今)'이라고도 불리며 이 호칭의 유래는 남해(신라의 2대 국왕. 박혁거세 아들) 차차웅(군주)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리왕
남해 차차웅이 아들인 유리 대신 "사위 석탈해를 후사로 삼으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자 사람들은 유언대로 석탈해를 차차웅으로 옹립하려 했다. 하지만 석탈해는 이를 극구 마다하며 "적장자인 유리가 차차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뾰족한 명분은 없었다.
그는 이에 "내가 들으니 이가 많은 사람이 현명하다고 하니 잇자국 수를 세어서 더 많이 나오는 쪽이 차차웅이 되는 게 어떻겠는가"라고 제안하였고,유리와 석탈해가 각각 떡을 깨문 뒤 잇자국 수를 세어보니 유리의 '잇금'이 많아 유리가 '이사금'에 올랐다고 한다.
말하자면 '왕=이가 많은 사람'인 셈이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왕이라면 아무래도 스스로의 치아와 잇몸을 보호할 수단이 일반인보다 더 많았을 터. "오복 중 최고는 치아 건강"이라는 옛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치아는 실제로 현명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치아 건강이 알츠하이머 발병률, 치매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기자 시절 끝내 취재하지 못했던 아이템 중 하나는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격차를 '치아'라는 프리즘으로 들여다보는 탐사 기획이었다. 노원구 백사마을(서울의 마지막 달동네)과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노인 100명의 치아를 본 떠 시각적으로 비교하려 했으나(당시 찾아봤을 땐 비용이 1개당 몇 천원 수준이었다) 결국 마무리하지 못하고 언론사를 나왔다.
일일이 돌아다니며 이런 걸 100개 만들어보려 했다. (네이버 블로그 캡쳐)
꼭 가난과 결부시키지 않더라도 "이가 많은 사람이 현명하다"는 명제는 지금도 여전히 적용되는 것 같다. 현명한 사람만이 치아를 지킬 수 있고, 80~90살이 되어서도 청년 때처럼 고기를 맘껏 씹을 수 있다면 열 임금님 부럽지 않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