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모든 작업은 바로 이, '브랜드 경험BX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가히 '마침표'라 할 수 있다.
day 26
BX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쉽게 말해 클라이언트에게 최종적으로 전달하는, 모든 디자인 작업의 결과물을 총망라한 자료집이라고 보면 된다.(과거엔 실제 책자로 만들었으나 요즘에는 pdf로 전달한다고 한다)
BX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중요한 까닭은 1) 일관된 브랜드 디자인의 유지 및 운영, 2) 고객의 경험 접점의 일관성 확보 때문이다. 몇 달 동안 공들여 만들어놓은 디자인과 시스템들을 현실에서도 이러이러하게 잘 써먹으라는 디자이너의 염원과 바람이 담겨있다.
흥미로운 점은 가이드라인이 '내부 구성원들의 브랜드 내재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내부에서부터 브랜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브랜드가 전달하려는 철학이나 가치가 고객들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일리가 있다.
강의에서는 플러스엑스가 실제로 작업한 <URG>와 <캐쉬노트>의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각각 브랜드 아이덴티티 시스템B.I.S.에서부터 디자인 엘리먼츠, 디자인 어플리케이션(적용)까지, 해야할 것과 하지말아야할 것들을 아주 세밀한, 이를 테면 픽셀 단위, 기울기 단위까지 체계화해 놓은 것이다.
URG의 가이드라인. 총 26개 파트, 분량은 104쪽에 달한다;;
그 압도적인 두께감과 디테일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끝이 없었다. '와, 진짜 프로들은 이렇게까지 하는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다만 나도 이렇게까지 해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질문에는 물음표가 그려진다. 가이드가 너무 디테일한 나머지 아무리 큰 대기업이라도 모든 상황에서 지키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떤 면에선 이 끝이 보이지 않는 가이드라인들은 "보셨죠? 우리는 할 만큼, 그러니까 돈 받은 만큼 했어요. 이제 뒷말하지 않기예요. 약속!!" 이렇게 다짐을 받아내는 작업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이렇게까지 했다고! 알았지?"
실제로 캐시노트(나도 예비사장님이다보니 종종 들어가보곤 한다) 인스타그램에 들어가보니, 강의에서 소개된 가이드라인과 프레임은 같으나 크기나 디테일이 조금은 달라 보였다. 아무리 훌륭한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실무에서는 조금씩 변형되기 마련일 테다.
좌측은 플러스엑스가 만든 SNS가이드라인, 우측은 실제 게시물. 한눈에 봐도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써먹느냐다. 플러스엑스가 공개한 가이드라인은 놀라울 정도로 세세하다.(내용이 너무 많아 일일이 정리할 엄두가 나지가 않을 정도다) 이렇게까지 남김 없이 공개하는 일,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은 지금 공개된 두 브랜드의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그대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러고 감이 좀 잡히면 내가 만들려는 브랜드 yoorak에 접목시켜보는 것이 목표다.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브랜드에 대한 나 스스로의 자기 확신, '내재화'를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