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아르헨티나의 작가이자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대표적 거장으로 꼽힌다. 보르헤스적이란 표현은 그가 즐겨쓰던 작품 스타일이 비슷하게 구현되었을 때 쓰인다. 같은 의미로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말이 있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보르헤스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보르헤스는 라틴아메리카를 넘어 현대 문학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보르헤스 문학론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하늘 아래 새로운 문학은 없다. 모든 책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상호 텍스트'다. 작가와 독자는 텍스트를 매개로 해서 하나가 될 수 있다. 셰익스피어를 읊는 사람은 누구나 셰익스피어다. 인간은 허구의 창조자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이 허구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고 있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허구다. 우리는 어둠을 견디기 위해 꿈을 꾼다. 우리는 꿈을 꾸지만 누군가의 꿈속의 인물이기도 하다. 위대한 작가는 후배 작가들의 글 속에서 희미하게 되살아나 영생을 누린다. 작가는 누구나 앞선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기에 독창적인 그 누구도 아니지만, 오히려 아무도 아니기에 죽지 않는 사람이 된다."
조금은 난해하다. 보르헤스의 키워드는 '꿈(허구)'인 것 같다. 보르헤스가 쓴 소설들은 현실적인 사건들 속에 여러 허구적인 사건을 마치 진짜인 것처럼 끼워넣어 현실과 허구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ex.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1939)) 이는 결국 이 세상에 진리가 없다는 것, 사실과 허구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낸다.
보르헤스의 세계는 겉보기에는 사실적인데 실제로는 교묘하게 사실과 허구를 줄타리기질하다가 결국 그 어떤 진리도 찾지 못하게 되는 세계다. 그래서 보르헤스의 소설이 '포스트 모더니즘적'이니 '마술적 사실주의'니 하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롤리타>(1955)로 널리 알려진 러시아계 미국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1899-1977)는 "보르헤스의 작품들을 처음 읽었을 때 마치 경이로운 현관에 서 있는 것 같았는데 둘러보니 집이 없었다", "무한한 재능을 지닌 남자"라고 평했다.(참고로 두 사람은 동갑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