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를 나온 뒤 깨달은 것이 있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과 트렌드에 놀랍게도 언론이, 그중에서도 신문이 세상 누구보다 느리다는 것. Chat GPT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중순부터 이미 개발자들 세계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것이 신문의 세계에서는 올해 초 비로소 '기사'로 다뤄질 수 있었다. 그 파괴력을 뒤늦게 실감한 신문사들은 장장 몇 주 동안 AI 관련 기획으로 1면을 도배했는데, 그 모습이 조금은 넌센스로 보일 지경이었다.
어찌됐든 언론 입장에서 보자면 전문가 유튜브는 '탄광 속 카나리아' 같기도 하다. 호흡기가 약한 카나리아는 메탄가스 같은 유해가스에 유독 민감하다. 19세기 광부들은 카나리아가 울지 않거나 움직임이 둔해지면 즉각 갱도에서 대피했다. 위험 징후를 한 발 빠르게 알려주는 도구였던 셈이다.
최근 팬층이 두터운 개발 유튜브들에 Chat GPT로 인한 개발자들의 어두운 미래를 우려하는 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타깃이 한정적인 전문 영역 유튜브 영상은 결국 업계기호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외부에서 보기엔 Chat GPT가 그저 재밌는 장난감 정도로 보이겠지만, 그 무시무시한 위력을 실감한 개발자들의 우려와 생존에 대한 위기감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영상들을 보면 일부는 "아직 그 정도는 아냐. 예전부터 늘 있었던 일이야", 일부는 "오히려 더 개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일부는 "솔직히 말해 미래가 그리 밝진 않은 것 같아"고 말한다. 맞고 틀리고를 떠나 이런 위기 담론이 특정세계관에서 꾸준히 재생산된다는 것이일종의 신호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변 스타트업 얘기를 들어보면 벌써부터 "과거에는 개발자 2명 뽑을 걸 이제는 1명만 뽑는다", "구글 입사 시험에 Chat GPT 활용 능력이생겼다더라" 등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조만간 개발 패러다임, 스타트업 채용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 같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리 먼 미래는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