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은 인간을 가장 직관적이고 확실하게, 오랫동안 보호해준 감각이었다. 썩거나 배설물로 오염된 음식물, 미생물들이 만들어내는 가스 등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는 뇌 안의 경고기관격인 편도와 배쪽 섬엽을 강하게 자극한다. 이 부위들이 자극되면 즉각적인 혐오감과 구역질이 일어나는데, 이를 통해 생명의 위협을 벗어날 수 있게 진화됐다는 학술적 연구가 존재한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이상하게 보이지만, 악취에서 질병의 원인을 찾는 유럽의 '독기론' 전통은 후각의 이런 경고시스템에 기반한, 나름 까닭이 있는 이론이었다. 미생물의 존재는 19세기 후반 들어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1848년 영국 보건당국의 <콜레라법>은 그 당시 상식으로는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콜레라법은 도시의 모든 오물, 정확하게는 도시의 모든 똥무더기들을 아무런 조치 없이 템스강으로 흘려보내 없애려는 법이었다. 기존에 지하실이나 집 근처 땅, 지하실에 파묻던 이런 오물들이 콜레라와 같은 도시의 질병을 키운다는 문제의식에 근거했다. 하지만 이는 전염병을 되레 키우는, 재앙에 가까운 일이었다.
독기론은 그 당시엔 '상식'이었다. 당대의 지식인들, 공무원들, 의료인들, 이를테면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에드윈 채드윅, 프리드리히 엥겔스, 찰스 디킨스, <랜싯> 편집자 등이 이런 접근법을 지지했다. 나이팅게일의 저작 <간호에 관하여> 제1철칙이 바로 환기다.
존 스노 박사와 화이트 헤드 목사가 물과 전염병 사이의 강한 연관성을 증거하는 '유령지도'를 만들었지만, 독기론이 밀려나는 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독기론은 단단하고 신뢰받는 서양의 지적 전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