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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 May 02. 2023

인간이 가장 잔인하다2

fleeting notes

조셉 메릭


조셉 메릭(1862-1890)은 영국 레스터에서 태어났다. 코끼리를 닮은 기형적인 생김새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엘리펀트 맨(Elephant Man)'이라고 불렀다. 데이빗 린치 영화 <엘리펀트맨>(1980)의 실제 주인공이다.


그는 신경섬유종증으로 2살부터 이마를 포함한 얼굴 군데군데에 혹 같은 것이 돋아나고, 얼굴 피부가 기형적으로 두꺼워지는 등 외모가 흉해지는 증세를 보였다. 얼굴뿐 아니라 신체도 마찬가지였다. 온몸에 혹이 생기고, 오른팔과 양쪽 발이 점점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로 부어오르는 증세를 보였다. 조셉이 11살 되던 해 그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조셉의 아버지는 다음 해 겨울 재혼 했다. 메릭은 버려졌다.


메릭은 구빈원에 들어가게 되지만 흉측한 외모 때문에 금세 따돌림을 당해야 했다. 그러다 톰 노먼(Tom Norman)이라는 서커스 단장을 만나 화이트채플 지역 유명 괴물쇼(프릭쇼, 인간이 가장 잔인하다) 서커스단에 입단한다. '엘리펀트 맨'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그곳에서 죽는 것만 못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좁은 우리에서 감자와 물만 먹는 건 물론, 사람들로부터 '억울하게 죽은 코끼리의 영혼이 씌였다', '임신했을 때 어머니가 코끼리의 공격을 받아서 이렇게 되었다' 등 그의 신체를 신이 내린 형벌쯤 받아들이는 구경꾼들로부터 조롱과 멸시,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야 했다.


그렇게 프릭쇼의 '히트 상품'이 된 메릭. 하지만 거기서 만족하지 않은 톰 노먼은 급기야 최악의 방법을 꺼내기에 이른다. 줄에 묶어놓은 메릭의 앞에 '악의 열매'라고 쓰인 팻말을 써놓은 뒤, 죄 없는 메릭을 죽기 직전까지 때리고 반죽음 상태가 되었을 때서야 의사를 부르는 일을 반복했던 것이다. 그는 "누구나 죄를 짓거든 악한 영혼이 깃들어 괴상하게 태어난 메릭을 때려서 죄를 청산하라"고 광고했고, 사람들은 벌떼처럼 몰려와 메릭을 폭행했다.


프레드릭 트레비스(1853-1923)는 런던의 외과의사다. 소문을 듣고 메릭을 보게 된 그는 메릭이 평소 자신이 찾고 있던 획기적인 연구 주제라고 판단해 큰 돈을 지불하고 메릭을 사들인다. 그곳에서 메릭은 연구라는 미명 아래 또다시 고통받지만 트레비스가 메릭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면서 서로의 인생이 조금은 달라지게 된다.


트레비스의 아내는 다소 평범하지 않은 메릭을 놀라는 기색 없이 손님으로서 정성껏 대접했다. 난생처음 받아본 인간적 대우에 감동한 메릭은 자신의 품에서 무엇을 꺼내어 아내에게 건네주었는데, 바로 닳고 닳아 너덜너덜해진 자신의 가족사진이었다. 그는 자신을 버린 가족들을 원망하기는커녕 그리워해온 것이었다. 그제서야 트레비스는 메릭을 한 명의 인간으로 보기 시작하고, 진심을 다해 그의 치료를 돕는다.


updated :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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