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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 May 01. 2023

오늘자 신문 1면에 숨겨진 비밀

fleeting notes


오늘자 신문을 보는데 문득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소위 10대 일간지라고 불리는 유력 언론사 1면 하단에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응원하는 내용의 광고가 일제히 실린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성과를 환영하며 자유와 미래번영을 향한 한미 동맹 강화를 지지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이 광고는 전경련을 주축으로 한 소위 '경제5단체'라고 불리는 집단에서 낸 것이다.(경제5단체는 어느 순간 6개가 되었지만 통상 5단체로 불린다)


우선 동일한 광고가 1면을 도배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면'이라는 이름의 세계관에서 1면은, 비유하자면 서울 강남 도곡동쯤 되는 장소. 두 곳 모두 자릿값이 일반적인 사회 통념에 비춰 터무니 없이 비싸지만 거주자(광고주)의 만족감이 더할 나위 없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심리적 효용이 그토록 높은 까닭은 아마 '최고'라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초가삼간 다 허물어지기 직전이기는 하나 '주류'들의 세계에서 신문은 여전히 소싯적 존재감을 잃지 않고 있다.


외부 세계에선 잘 모르지만 매년 1월 1일 나오는 이른바 신년호 1면 하단 광고를 삼성전자가 무려, 10년 넘게 '독점'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장담컨대 이 사실을 알고 내년 1월 1일 발행되는 전국 수십개 일간지 1면에 오와 열을 맞춰 게재된 삼성전자 광고를 보면 그 장엄함과 웅장함에 말을 잃게 될 것이다.


차이점이라면 1월 1일의 삼성전자는 전국 거의 모든 신문사에 차별 없이 광고를 주지만, 이번 경제5단체 광고는 지방지 등을 제외한 이른바 '주요 매체'에만 광고를 냈다는 것이다. 이번 광고 게재에서 제외된 곳들은 모르긴 몰라도 허탈감이 작지 않을 것 같다. 즉, 오늘 이 광고가 실린 신문사들이 언론에 '재계'로 소개되는 양반들 사이에서 그나마 언론이라고, 그나마 영향력이 있다고 인식되 하한선인 셈이다.


쭉 훑어보니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 한국, 세계, 서울, 국민, 문화 등 종합일간지와 매경, 한경, 서경 등 3대 경제지, 군소 경제지 등에 광고가 실렸다. 어쩌면 존재감이 약해 '마이너'라고 불리는 매체들은 이번 광고 게재를 보고 남모르게 한시름 돌렸을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적표를 낙제에 가깝게 평가하고 있는 한겨레, 경향에도 광고가 실렸다는 것이다. 그동안 두 매체는 1면 기사는 물론 박스(해설)기사와 사설로 현 정부 대미 외교전략에 집중 포화를 쏟아낸 바 있다. 언론사들의 밥벌이 메커니즘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입 안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같다.


updated : 2023-05-03


관련 문서(브런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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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1면에 숨은 비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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