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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Jun 20. 2018

독일은 거리도 깨끗할 것이란 편견

독일 6개월 생활 잡단상-1

*이 시리즈는 여행기가 아니다. 그냥 여기 살면서 내가 느낀 것들, 말 그대로 '단상'들을 정리하고 풀어내려는 목적이다. 일기라고 봐도 되겠다. 여행에 대한 정보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글 전개상 필요하거나 마음이 내키면 들어갈 것임. 사실 글 '전개'라고 하기도 뭣할 정도로 짧은 글들이 계속되겠지만ㅋㅋ


**내가 살고 있는 지방은 독일 헤센 주의 '기센'이라는 조그만 도시다. 사실 그 옆에 붙은 배드타운같은 마을에 살지만, 여기는 독일 사람들조차도 그 누구도 모르므로 그냥 기센이라고 하자. 내가 사는 곳은 시골 그 자체다. 그래서 주말마다 탈출을 한다.


***글은 하루에 한 개를 쓸 수도, 혹은 그보다 더 많이 쓸 수도 있다. 글 한 편당 하나의 주제만 쓸 것임. 글은 대체로 아주 짧을 것이다.


****정말로 아무 주제나, 순서에 상관 없이 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여행기도 아니고 생활기도 아니다. 그냥 내가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하려는 '감상 일기'다.

프랑크푸르트


 '독일' 하면 사람들이 가지는 편견 혹은 환상들이 있다. '완벽주의', '깨끗함' 같은 이미지들이다. 아니라고? 최소한 나는 그랬다. 독일은 마치 일본처럼 거리는 깨끗하고 사람들은 시간 약속에 철저한 완벽주의자들이 사는 나라 같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여기 독일 역시 사람 사는 곳이더라. 생각보다 거리는 그리 깨끗하지 않고, 시간 약속은 종종 어겨진다. 버스나 기차 지연은 두 말하면 입 아프다. 기차는 짧게는 수 분, 길게는 수 십분씩 지연되는 일이 다반사고, 버스는 늦게 올 수도, 혹은 심지어 어플에 떠 있는 예정 시간보다 몇 분이나 빨리 와서 자기 혼자 떠나버리는 수도 있다(주로 일요일이 그렇다). 독일 철도청 DB에 비하면 우리나라 코레일은 일을 정말 잘하는 철도 회사임에 틀림없다. 


 내가 '깨끗함'과 '시간'으로 첫 번째 주제를 잡은 이유는 이것들이 독일 도착 후 가장 먼저 떨어져나간 '환상'들이었기 때문이다. 독일 거리를 유심히 보면 참 신기할 정도로 껌이 많이 붙어 있다. 청소를 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청소를 해도 다음 날 낮부터 새로 업데이트 되는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딜가든 늘러 붙은 껌이 참 많다.


 담배 꽁초도 정말 많다. 아마 이들은 담배꽁초나 껌 같은 소소한(?) 쓰레기는 굳이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장면 중 하나는 버스 정거장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던 한 금발 독일인이 버스가 도착하자 피우던 담배를 곧바로 바닥에 버리고 버스를 타던 모습이었다. 뭐, 그 정도는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나는 단지 그 장면 자체 때문에 놀랐던 게 아니다. 문제는 이 아저씨가 두 발자국만 걸으면 손이 닿을 거리에 아주 커다란 쓰레기통이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비도덕적인 개인의 단순 일탈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쓰레기통 주변에 너저분하게 떨어져 있는 수 많은 담배꽁초들을 보고 나면 이것이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일 뿐이었을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된다.

현대 미술의 일종일까?
껌 밟으면 지는거야

 담배 꽁초와 껌으로 장식된 거리 바닥은 단순 여행객 입장에선 놓치기 쉬운 진풍경이다. 바닥이니까. 건물, 경치 구경하고 인증샷 찍기 바쁜데 바닥을 누가 봐? 아무도 안 보지. 앞으로 독일에 여행오시는 분들은 틈틈히 바닥도 한 번씩 구경해 보시길. 아, 맞다! 바닥! 하고 땅을 내려다 보면 어디에서나 위와 비슷한 풍경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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